트럼프 선거캠프는 11일(현지시간) 새로 공개한 30초 분량의 TV광고에서 폐렴 후유증으로 한달 전 9·11추모행사장에서 두세 차례 휘청이며 실신 직전까지 갔던 클린턴의 모습을 방영했다. 이 광고에는 또 클린턴이 수행원의 부축을 받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나 여러 차례 기침을 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그러면서 “클린턴은 세계를 이끌 용기와 힘·체력이 없다. 그가 다시 우리를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끝난다.
미 선거전문가들은 음담패설 파문에 여성표가 대거 이탈하고 공화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잇따라 지지를 철회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이변을 연출할 이슈로 클린턴의 아킬레스건이자 대선후보의 기본인 건강 문제를 정조준한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가 여성비하와 성폭력 논란을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으로 희석시켰지만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 파괴력이 가장 큰 건강 문제에 네거티브 전략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측은 이를 통해 클린턴 지지층이 최대한 투표소에 나오지 않을 것을 겨냥하고 있다.
또 트럼프는 전날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해 상하원의원과 주지사 90명가량이 등을 돌린 데 대해 “족쇄가 풀렸다. 이제는 내 방식으로 싸울 수 있다”며 기존 정치권에 혐오감이 큰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애초 유권자 과반의 지지율을 얻은 적이 없어 지지기반을 확대해나갈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미 더 많은 선거인단의 지지를 확보한 클린턴을 추월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i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