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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걷기왕' 강요받는 청춘에 건네는 따스한 손길(종합)

꿈을 강요하는 기성세대는 청춘을 몰아붙인다. ‘그깟것도 못하냐’는 질책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시간도 없이 하루하루 쳇바퀴를 도는 듯 살아간다. 꿈이 곧 직업인 시대, 이유도 모른채 강요받아야 하는 청춘에게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며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가 등장했다.

12일(수)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영화 ‘걷기왕’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백승화 감독과 배우 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걷기왕’은 선천적인 멀미증후군으로 어떤 교통수단도 탈 수 없어 학교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걸어다니던 만복(심은경)이 ‘경보’를 시작하면서 자신과 만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기성세대가 청춘에게 강요하는 패기와 열정, 간절함 대신 ‘힘들면 언제든 걸어도 좋다’는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걷기왕’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박주희, 심은경, 김새벽, 허정도(왼쪽부터) / 사진=오훈 기자영화 ‘걷기왕’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박주희, 심은경, 김새벽, 허정도(왼쪽부터) / 사진=오훈 기자


작품은 누구나 꿈꾸지만 함부로 꺼낼 수 없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공부해라’ 대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찾으라’고 말한다. 백승화 감독은 “내가 어린 시절에는 ‘공부 열심히 해라’가 압박이었는데 요즘 친구들에게는 ‘열정을 갖고 도전하라’는 압박이 더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인물을 적절히 배치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물론 악역이 없을 수는 없다. 자식을 강하게 키운 아버지와 학생에게 꼭 맞는 꿈을 찾아주고 싶은 담임선생님은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어른들이다. 백 감독은 “주인공에게 장애물이 되는 인물이라도 악역보다는 재미있는 캐릭터로 그려 동화속 이야기처럼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고, 담임선생님 역을 맡은 김새벽은 “학생에게 진심으로 꿈을 찾아준다기보다 그런 모습의 자신에게 만족한다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이 과정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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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은 경보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깨닫는다. 어른들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겪고 생각하며 찾아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심은경은 “만복이 경기에 나서며 벌어지는 마지막 장면 때문에 작품을 하게 된 것 같다”며 “최근 내 미래는 어떻게 그려가야 할지 압박을 많이 받았는데 영화의 메시지처럼 천천히 걸어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배우 심은경이 영화 ‘걷기왕’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배우 심은경이 영화 ‘걷기왕’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


경보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만복은 꿈을 꾼다. 걸어서 통일한국을 넘어 세계로 넘어가겠다는. 백승화 감독은 “멀미를 극복하지 않은 채 만복이 먼 미래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과 러시아로의 도보여행이 떠올랐다”며 “꿈을 통해 만복이 먼곳까지 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OST와 특별출연 등을 통해 큰 갈등 없이도 소소한 재미를 끊임없이 생산해낸다. 만복의 심리를 대변하는 곡으로 리코더로 연주한 ‘타이타닉’의 OST는 물론 ‘해설가’로 만복이네 소를 등장시키고 목소리연기를 안재홍에게 맞겨 웃음을 유발한다. 백승화 감독은 “나이가 있고 저음을 가진 남자배우를 생각했는데 심은경이 안재홍을 추천하더라. 소와 잘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놀랐다”며 기대를 높였다.

한편 어떤 교통수단도 탈 수 없는 소녀를 통해 ‘힘들면 잠시 걸어도 괜찮다’는 따스한 위로와 희망을 건넬 영화 ‘걷기왕’은 20일 개봉한다.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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