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I가 BP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중공업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삼성중공업은 LNG 생산을 위한 FLNG(부유식 해상 LNG 플랜트) 입찰에 프랑스 테크닙, 일본 JG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현재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연내 최종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LNG를 20년간 구매하겠다는 BP가 나타난 이상 혹시 모를 프로젝트 취소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이 프로젝트에서 수주하는 규모는 연간 수주 목표치 53억달러의 절반 수준인 27억달러에 이른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 움직임과 맞물려 이뤄진 ENI 등 프로젝트 참여사들과 BP의 LNG 장기 매입 계약처럼 국내 조선업계에도 수주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상선 수주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첫 수주를 따낸 지 2주 만에 노르웨이 비켄사로부터 11만3,000DWT(재화중량톤수) 2척, 15만7,000DWT 2척 등 유조선 총 4척을 수주했다고 12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2,400억원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모나코 가스로그사로부터 4,200억원 규모의 18만㎥급 LNG선 2척 건조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올해 첫 수주였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게일사가 발주한 LNG선 입찰에도 참여해 추가 수주 기대를 키우고 있다.
한진중공업도 이날 해군의 참수리함급 고속정을 대체할 차기 고속정(PKX-B) 3척을 1,991억원에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한 사실을 발표했다. 한진중공업은 2014년 차기 고속정 건조 사업자로 선정돼 1번함을 올 7월 말 진수했다. 한진중공업 특수선 사업은 2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였는데 이번 수주로 일감 확보 기간이 늘었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 감산 합의에 성공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10일(현지시간) OPEC의 원유 감산 제안에 동참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면서 중단됐던 해양 플랜트 발주 재개 기대도 한층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 인상 조짐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프로젝트 발주 재개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 움직임을 보이자 BP와 같은 석유 메이저들도 관련 사업을 재개하고 있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