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낯설었던 서구식 빵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선보이며 베이커리 문화를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 온 파리바게뜨가 창립 30돌을 맞는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한국식 빵’으로 천편일률적인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베이커리 한류를 이끌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13일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파리크라상이 오는 17일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파리바게뜨는 1986년 서울 반포동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문을 연 유럽풍 베이커리 파리크라상에서 시작됐다. 당시 국내에서 생소했던 프랑스 정통 빵과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로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파리크라상은 1988년 서울 광화문에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고 베이커리 대중화에 시동을 걸었다.
출범 10년 만에 베이커리 업계 1위에 오른 파리바게뜨는 간식으로만 여겨졌던 빵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며 한국인의 식문화 전환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80년대 국내에서 빵은 슈퍼마켓이나 일반 제과점에서 단팥빵, 크림빵과 같은 간식빵 위주로 소비됐지만 파리바게뜨가 업계 최초로 ‘베이크 오프 시스템(휴면반죽을 가맹점에 공급해 가맹점에서 직접 제조하는 방식)’을 도입해 전국 어느 매장에서나 동일한 맛과 품질의 신선한 빵을 공급하면서 빵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빵과 함께 마실 수 있는 커피와 음료를 함께 판매하는 ‘베이커리 카페’ 매장을 선보이며 식사대용으로써의 빵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를 통해 국내 매장 수 3,400여 개, 빵 생산량 일 400만 개로 명실상부한 ‘국민 빵집’으로 자리한 파리바게뜨는 2004년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베이커리 1위를 향한 여정에 돌입했다. 2010년 미국 맨해튼, 2014년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1호점을 개점하는 한편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5개국 주요도시에 24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매출 1조 7,200억 원을 기록했다.
파리바게뜨는 중국과 미국에서 본격적인 가맹 사업을 전개하고 2030년까지 진출 국가를 20개국으로 늘리는 등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파리바게뜨의 중국 매장은 전체 해외 매장의 70% 를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중국 200호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5월 미국 진출 11년 만에 미국 가맹 1호점을 여는 등 공격적인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파리바게뜨는 허 회장의 비전에 따라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베이커리 시장에서 ‘프리미엄’과 ‘차별화’ 카드로 승부수를 띄울 방침이다. 진출 초기 구매력이 높은 상류층 소비자를 겨냥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차별화를 도모하고 한국 빵과 프랑스 빵의 특색을 접목한 단팥빵 ‘코팡’이나 한국 전통 누룩에서 발굴한 ‘천연효모’로 만든 한국식 빵 등으로 기존 제품과는 차별점을 둔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지난해 말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2030년까지 중국과 미국에서 2,000개 매장을 새로 열 것”이라며 “가맹사업을 통한 출점을 확대해 6,000여개인 매장 수를 2030년까지 2배 늘리고 매출은 이 기간 5조원에서 20조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