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례식 부의금을 포함해 아버지의 이름으로 1억원, 자신의 이름으로 1억원을 추가해 총 2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기업가가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경남 창원시 중리공단 입주기업인 ㈜에스엘전자의 엄기오(58) 대표. 그는 지난 6월 아버지 엄용섭(84)씨 장례를 치른 후 아버지 이름으로 들어온 조의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를 기리면서 뜻깊은 일을 할 방법이 없을까 한동안 고민하다 친인척과 지인들이 주고 간 부의금을 포함해 아버지 이름으로 1억원을 공동모금회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내친김에 자신도 1억원을 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엄 대표는 14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고인이 된 아버지와 자신의 이름으로 1억원씩, 모두 2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엄 대표는 “돈을 내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던 무거운 느낌이 사라졌다”며 “아버지가 제게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1억원씩 고액기부를 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름이 알려지기를 꺼린 부자(父子)가 지난 2011년, 2014년 각각 1억원을 기부약정했다. 이어 오춘길 현대정밀 대표와 아들인 이 회사 오정석 부사장이 2011년, 2015년에 1억원씩 성금을 냈다. 고권수 덕산종합건설 회장과 아들인 고병주 삼목개발 대표는 각각 2012년과 올해 나란히 부자 회원이 됐다.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