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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톡] ‘1%의 어떤 것’ 플라토닉 강동원♥김정화 vs 에로틱 하석진♥전소민

첫 만남부터 등장인물까지 변화, 2016년 ‘1%의 어떤 것’ 주요 포인트

드라마에서 이제는 ‘리메이크’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KBS ‘내일도 칸타빌레’,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KBS ’직장의 신‘, tvN ’굿와이프‘ 그리고 현재 방영중인 ‘달의연인 보보경심 려’ 등 수많은 작품이 ‘원작’이라는 기준 아래서 대중의 평가를 받았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소재의 부족을 해결함과 동시에 원작이 주는 힘을 빌려 초반부터 손쉽게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에 점차 그 시도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드라마가 리메이크 대열에 합류했다. 바로 2003년 강동원, 김정화, 한혜진이 출연해 인기리에 방송됐던 ‘1%의 어떤 것’이 그것이다.


방송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현재 스타의 반열에 오른 강동원의 풋풋했던 신인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작품이다. 2016년에는 하석진과 전소민이 각각 이재인과 김다현으로 분해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강산도 변했을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나는 ’1%의 어떤 것‘, 과연 무엇이 다르고, 또 얼마나 다를지 짚어봤다.

2003년 ‘1%의 어떤 것’에 출연한 강동원, 김정화/사진=MBC ‘1%의 어떤 것’2003년 ‘1%의 어떤 것’에 출연한 강동원, 김정화/사진=MBC ‘1%의 어떤 것’




◆ 주인공 재인-다현의 만남의 계기

‘1%의 어떤 것’에서 가장 큰 흐름은 이재인과 김다현이라는 두 남녀가 ‘유산 상속’이라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그 안에서 엮이고 얽혀가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현에게 유산을 상속하려하는 이규철 회장과 다현의 첫 만남 역시 극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2016년 버전은 이 부분에서 당위성을 조금 더 부여했다. 2003년 버전이 사람 많은 전철 안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해준 ‘요즘 보기 드문 착한 아가씨’에서 그쳤다면, 2016년에는 여기에 ‘생명의 은인’이라는 극적인 요소를 첨가했다. 학생들과 야외수업을 하던 다현이 산 속에 쓰러져있는 이규철 회장을 병원으로 옮기고 보호자까지 자처한 것(1회 방송 분). 이규철 회장이 ‘유산상속’이라는 밑바탕에 ‘이재인 사람 만들기’라는 속내를 감춰두었지만, 다소 황당한 방법을 써서라도 재인과 맺어주고 싶었던 다현이 가진 ‘어떤 것’에 더욱 타당하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다.

두 사람이 계약연애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다소 바뀌었다. 2003년 버전에서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다현의 제자 ‘경은’에게 재인이 유학을 후원하기로 약속하면서 두 사람의 계약이 시작됐다면, 2016년에서는 다현의 제자이자 다현이 팬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 ‘지수’의 소속사 문제를 재인이 해결해 줄 것을 약속하며 계약이 시작된다.

◆ 주변 인물 설정

가장 많은 변화가 보이는 부분이다. 기존 2003년 작품에서는 ‘아침드라마’라는 테두리 안에서 독립된 개체보다는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됐다. 하지만 2016년 버전에서는 하나하나의 캐릭터에 좀 더 개성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를 했다. 부모님 말씀을 우선으로 따르고 집과 학교 밖에 모르던 이전 버전의 다현과는 달리,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혼자만의 싱글라이프를 그려가는 다현의 캐릭터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6년 ‘1%의 어떤 것’, 등장 인물도 달라졌다/사진=가딘미디어2016년 ‘1%의 어떤 것’, 등장 인물도 달라졌다/사진=가딘미디어


먼저, 재인의 주변 인물들 가운데서는 재인의 여동생 ‘수정’의 변화가 돋보인다. 2003년 김지우가 맡았던 여동생 ‘재영’ 역은 발랄하고 풋풋한 20대 대학생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집안에서 늘 큰소리 한 번 못 내고 사는 어머니를 위해 집안일을 마다않는 착한 딸로 비춰졌다. 반면, 2016년 ‘수정’은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설정부터 인물의 변화를 짐작케 했다.


또한, 재인의 어머니 캐릭터도 설정을 달리했다. 2003년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 재인의 아버지와 어머니였지만, 재인의 아버지가 사고로 일찍 죽게 되고, 어머니 혼자 재인과 동생을 데리고 이규철 회장의 집으로 들어와서 살게 된다는 설정이었다. 때문에 늘 눈치 보며 숨죽여 사는 듯한 모습의 어머니였고, 그런 어머니가 재인의 아픈 손가락처럼 그려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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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6년에는 ‘강세희’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재인을 가슴으로 낳은 어머니’라는 캐릭터 설명처럼 비록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재인을 친자식처럼 살뜰히 챙기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재인과 강세희라는 인물이 어떤 사연으로 얽히게 됐는지 점차 밝혀지는 과정이 극 전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한전자’라는 든든한 친정을 등에 업고 있는 ‘강세희’라는 인물이 사업가 재인에게는 어떤 힘이 되어줄지도 지켜봄직하다.

더욱 두드러진 변화는 다현의 가족관계에서 나타난다. 2003년 다현의 가족 관계는 아버지, 어머니, 오빠, 남동생 그리고 친구 현진이었다. 실제 2003년 방송에서 다현의 오빠 서현은 ‘친남매도 아닌데 가족이 될 수 있냐’고 묻는 태하에게 “핏줄, 그거 그냥 붉은 피가 흐르는 작은 혈관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다현의 모든 가족 구성원은 ‘피보다 진한 것은 마음’이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사람을 품었다. 현진 역시 그런 가치관에서 맺어진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새 아버지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려온 중학생 현진, 그 모습을 본 다현이 자신의 집에 현진을 데려오면서부터 가족의 연으로 맺어졌다. 그리고 그런 현진을 품어주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이 시대에 보기 힘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그렸다.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2016 ‘1%의 어떤 것’/사진=가딘미디어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2016 ‘1%의 어떤 것’/사진=가딘미디어


반면, 2016년 버전에서는 다현의 오빠와 남동생 캐릭터를 모두 없애는 대신 친구 현진의 이복오빠 ‘정선우’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인물 관계도에서 볼 수 있듯이 정선우는 다현을 짝사랑 하는 인물이다. 이전 버전에서는 다현과 같은 학교의 미술 교사(임호 분)가 재인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함과 동시에 재인과 다현의 사랑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2016년 ‘정선우’ 캐릭터 역시 두 사람의 사랑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친구 현진 역시 새롭게 변모했다. 이전 버전에서는 자신의 불우한 환경을 탈피하기 위해 ‘혼자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을 택할 정도로 아픔 많은 인물로 그렸다면, 이번에는 ‘청담동 고급 편집숍 매니저’라는 설정으로 변화를 꾀했다. 방송 초반이라 현진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화려한 색을 덧칠한 인물로 탈바꿈했다.

◆ 12세 -> 15세, 가족극에서 로맨스 극으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2003년 ‘1%의 어떤 것’은 일요일 아침에 방송됐다. 때문에 방송시간대가 주는 제약은 두 남녀의 사랑을 흡사 ‘플라토닉 러브’에 가깝게 그렸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가 방송될 때까지 키스신은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사랑표현은 ‘포옹’이었다.

그렇다면 2016년은 어떨까. ‘1%의 어떤 것’ 제작발표회 당시 제작을 맡은 가딘미디어 전주예 이사는 “이전에는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면, 이번 2016년 ‘1%의 어떤 것’은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 말처럼, 13년 만에 돌아온 재인과 다현은 훨씬 대담해졌다.

2016년 ‘1%의 어떤 것’에서는 3회부터 키스신이 등장한다. 열쇠고리를 놓고 두 사람이 실랑이를 하던 상황에서 재인이 기습적으로 다현에게 입을 맞춘 것. 물론 잠깐의 입맞춤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2003년 똑같은 장면에서 다현이 다리를 걷어차면서 실패로 돌아갔던 ‘열쇠고리’ 신을 되짚어 본다면 꽤나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그 변화는 먼저 재인과 다현의 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진지하게 만나는데 진도는 나가야지.”라고 말하는 재인은 이윽고 “스킨십 맘대로 해도 되는데? 아, 그래도 자는건 좀 천천히 하죠.”라고 말한다. 이전 버전의 재인과 다현이었다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대사임에 틀림없다.

2016년 ‘1%의 어떤 것’은 하석진과 전소민이 주인공을 맡았다/사진=가딘미디어2016년 ‘1%의 어떤 것’은 하석진과 전소민이 주인공을 맡았다/사진=가딘미디어


하지만 13년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사회 분위기, 남녀의 성 관념 등이 함께 변모했다. 때문에 이전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면 자칫 촌스러워 보이거나 고루해 보일 수도 있다. ‘육체적인 관계’의 여부를 놓고 실랑이하는 2016년의 재인과 다현의 모습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연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오히려 공감을 준다.

한편, ‘1%의 어떤 것’은 4회 방송까지 가파른 시청률 상승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과 이야기들이 많기에, 앞으로 남은 방송에 더욱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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