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하반기에 의회에 제출하는 환율보고서에 한국을 다시 한번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또 외환시장의 개입을 제한하고 재정확대 등을 통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라는 주문도 내놨다.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지정했던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독일, 대만에 이어 스위스도 추가해 관찰대상국은 6개국으로 늘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외환 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 95억달러,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는 240억달러의 매도 개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원화가치는 달러보다 6.5% 강세를 보였으며 실질실효 환율 기준으로는 3% 강세를 보였다는 게 환율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미 재무부는 이 같은 외환당국의 개입을 두고 “원화의 절상과 절하를 모두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우리나라 외환정책을 두고 “무질서한 시장환경이 발생할 때에만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외환운용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의 일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으로 교역대상국을 분석해 환율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번 미국 환율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이다. 스위스는 새로 포함됐으며 나머지 5개국은 지난 4월에 이어 또다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외환 당국의 ‘환율시장 일방향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보고서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서 여력이 충분한 재정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및 상품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가격 하락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7.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미 무역흑자는 302억 달러로 서비스 수지를 포함하면 21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과 비교해 줄었다.
이에 따라 이번 환율보고서가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 재지정한 것이 외환 당국의 정책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출렁일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출이 더 고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최근 미국에서 대두되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은 이 같은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관찰대상국 재지정은 예상했던 것인 만큼 시장이나 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며 “급격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도 그대로 계속된다. 할 것은 그대로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