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과 10월,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는 전국에서 몰려든 패션 피플과 포토그래퍼, 그리고 이들을 구경하기 위한 관람객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던 서울패션위크가 이제는 K패션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 드높이기 위해 차근차근 도약하고 있는 모양새다.
처음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고 필자는 2년이라는 임기 내에 세 가지 역점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첫 번째가 전문 패션 트레이드쇼 신설, 두 번째는 국제 홍보 강화, 마지막으로 아카이빙 구축이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바이어가 참여하는 트레이드쇼를 신설했고 이번 시즌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14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서울패션위크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전보다 많은 바이어를 초청하는 데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처음에는 경비를 대준다 해도 오지 않던 그들이 세 시즌이 지난 지금은 서로 오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하는 것도 변화다. 또 서울패션위크의 문턱을 1년 이상의 독립 브랜드를 지닌 디자이너로 낮췄고 글로벌 역량을 갖춘 국내 디자이너 10명을 선발해 문턱이 높은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와 밀라노·뉴욕 판매를 지원하는 ‘텐소울’ 프로그램도 개편했다. 16돌이 된 서울패션위크의 소중한 역사를 기록하는 아카이빙 작업도 한창이다.
지난 시즌 서울패션위크에 온 사이먼 콜린스 전 파슨스디자인스쿨 학장은 서울패션위크가 파리·뉴욕·밀라노·런던에 이은 세계 5대 패션위크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지금 K드라마·K뷰티는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있는 데 비해 K패션은 아직 그 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패션이 날개를 달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울패션위크는 국제적 비즈니스의 장을 깔아주는 플랫폼일 뿐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디자이너들의 부단한 노력이다. 중국 디자이너들의 맹추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 디자이너들은 발 빠르게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제적인 비즈니스 감각을 키워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