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독립선언서, 제암리 학살사건 등을 전 세계에 처음 보도한 미국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의 서양식 집 ‘딜쿠샤(사진)’의 복원·개방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1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테일러 관련 유품 300여점을 국내로 들여온다고 밝혔다. ‘희망의 궁전’이라는 뜻의 딜쿠샤는 테일러가 1923년 빨간 벽돌로 건축했다. 영국과 미국의 주택 양식이 섞인 지하1층 지상2층, 총면적 624㎡ 규모로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 발달 양상 연구에 중요한 건물로 꼽힌다.
테일러는 1942년 일제의 협박에 미국으로 추방될 때까지 약 20년 동안 아내 메리 테일러와 함께 딜쿠샤에서 살았다. 그는 이후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고 1984년 현지에서 숨졌다. 그가 일제에 의해 추방된 뒤 몇 가구가 딜쿠샤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딜쿠샤에 불법 거주하던 12가구 가운데 3가구는 현재 이주를 마친 상황이다.
서울시와 기획재정부·문화재청·종로구는 지난해 딜쿠샤를 70년 만에 원형대로 복원해 3·1운동 100주년인 2019년에 전면 개방하기로 하고 복원 사업에 나섰다. 복원과 관리·운영은 서울시가 맡는다. 서울역사박물관 측은 이달 중 샌프란시스코 멘도시노를 방문해 테일러의 손녀인 제니퍼 테일러(50)에게 유물 300여점을 기증받아 항공편으로 국내에 가져올 계획이다.
제니퍼 테일러는 지난해 3월 한국을 찾아 조부와 증조부가 묻힌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 묘역을 참배하고 딜쿠샤 관련 테일러가(家) 유품 349점을 기증하겠다고 서약했다. 기증 유품은 딜쿠샤 내부 사진과 문서, 앨버트 테일러 관련 신문기사와 문서, 앨버트 테일러 액자, 메리 테일러가 그린 서울 풍경화와 초상화, 책 ‘호박목걸이’ 원본 원고 등이다. 특히 ‘호박목걸이’는 메리 테일러의 자서전으로 3·1운동과 고종의 장례식, 한국에서의 삶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 경성의 모습과 생활사에 관한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증받은 유품을 잘 정리해 앨버트 테일러의 행적을 복원하고 그의 행적을 통한 서양인 독립운동사 소개 자료도 정리할 계획”이라며 “딜쿠샤 복원을 차질 없이 마쳐 계획대로 2019년 3·1절에 맞춰 개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