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소리꾼 이자람 "향수 가득한 그 시절…소리로 안내하고 싶어요"

손턴 와일더의 '아워타운'

이자람式 판소리로 재창작

일상·결혼과 사랑·죽음 등

이야기 통해 삶의 의미 물어

낭독 형태 워크숍 이어

내년 정식 공연 선보이기로



“관객을 잠시나마 다른 어떤 곳으로 여행 보내주는 공연이었으면 해요.”

창작자로서, 또 관객으로서 소리꾼 이자람(사진)이 바라는 ‘이상적인 공연’이란 이런 것이다. “그 옛날 추억에 젖거나 가보지 않은 타국을 다녀오거나 공연을 보는 시간만큼은 어디로든 여행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고, 또 보고 싶어요.” 이자람이 한창 작업 중인 판소리 ‘아워타운’은 그런 면에서 관객을 향수 가득한 그 시절로 안내하는 특별한 공연이다. 미국 극작가 손턴 와일더(1897~1975)가 쓴 아워타운은 1990년대 초 미국의 가상 마을을 배경으로 일상·사랑과 결혼·죽음이라는 인간의 평범한 모습을 조명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이자람은 원작의 배경을 1980·90년대 서울 오양구 산월동 삼도연립으로 가져왔다. ‘적당한 바람, 조금 쌀쌀한 새벽공기 1985년 5월 7일 아침 시작되는 서울 오양구 산월동의 삼도연립. 초록지붕에 붉은 벽돌 반듯이 서 있는 삼도연립.’ 구성진 소리를 따라 관객도 그 시절 저마다의 동네 골목을 거닌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들었어요.” 이자람은 평소 마음 가는 이야기를 일단 선택한 뒤 작업 과정에서 ‘내가 왜 이야기와 함께하는가’를 집요하게 추궁한다. 아워타운도 그랬다. 지난해 ‘이방인의 노래’ 공연 말미 ‘소리꾼의 말’에서 ‘엄마와의 밥 한 끼 친구와의 전화 한 통 아빠와의 인사 한마디 더 챙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는 말을 남겼다는 이자람은 “최근 공연한 작품 중 이 메시지와 가장 맞닿은 게 아워타운이었다”며 “내 마음은 이미 아워타운을 향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초반 배경인 1980년대는 이 자람이 서너 살에 불과했던 시기다. 왜 이때였을까. “손턴 와일더가 딱 제 나이 때 자신의 서너 살 때를 배경으로 아워타운을 썼다고 해요. 저도 제가 3~4세였던 시절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자연스레 1980~90년대가 나왔어요.” 삼도연립도 그가 어릴 때 동네에서 본 건물이다.


하고 싶어 시작한 이 작품은 요즘 이자람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일상을 그린 1장은 즐겁게 읽고 작업했지만, 2장(사랑과 결혼)과 3장(죽음)은 그를 어두운 터널로 이끌었다. “3장에선 참 많이 헤맸고, 지금도 (어두운 터널에서) 돌아오는 중이에요. 결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제가 사랑과 결혼에 대해 관객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믿어왔던 것들에 대해서도 ‘진짜 그래야 해?’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고요.” 쉽지 않은 숙제를 만난 탓일까. 이자람은 3막 대본을 네 번이나 엎고 다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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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작업 ‘판소리는 이래야 한다’는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아워타운도 이자람 스스로 “내 작창에 있어 한 챕터가 넘어갔다고 느낀다”고 말할 만큼 새로운 시도로 만들었다. “판소리하는 사람이 본다면 ‘쟤는 판소리를 제대로 만들지 않는다’고 평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이런 선택(기존 판소리와 차별화된 방식)이 많아졌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어디로 가나’, ‘마찰을 감당할 준비가 됐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아워타운은 지난달 낭독 공연 형태의 워크숍으로 관객을 먼저 만났다. 이자람은 “이번 워크숍에서 ‘관객이 내가 의도한 바의 90% 이상을 가져가 맛있게 먹었다’는 느낌이 있어 신이 나고 고마웠다”며 “관객을 만나 한 번 숨 고르기를 하고 간다는 점에서 작품에도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아워타운은 3장 대본 및 작창 작업이 완료되면 내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정식 공연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송은석기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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