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신부용 전 KAIST 한글공학연구소장 "한글, IT 접목 산업화 통해 새 먹거리로 만들자"

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 '한글 세계문자화' 강연

진보된 음성인식기술 결합 땐

다양한 외국어로 출력 길 열려

로마자 한계 언어장벽 극복 가능

f·r·v 등 권설음 표기방식 넓혀

中·英 등 제3국 학습 활용 유도

한글로 돈 버는 시대 열어가야

신부용 전 KAIST 한글공학연구소장. /사진제공=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신부용 전 KAIST 한글공학연구소장. /사진제공=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


“현대판 ‘훈민정음 해례본’을 만들어 한글로 만국어를 표기할 수 있음을 알리고 부록에 각종 한글 지원 앱(응용 프로그램)을 수록해야 합니다. 정보기술(IT) 기반의 한글 산업화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신부용(73·사진) 전 KAIST 한글공학연구소장은 최근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가 마련한 ‘한글의 세계문자화’ 강연에서 한글의 우수성만 부르짖는 현재의 한글보존 정책에서 벗어나 산업화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한글이 우리에게는 무궁한 지하자원과 같은데 정부는 한글 자랑에만 공들일 뿐 세계 곳곳의 한글 소비자들을 겨냥한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며 “한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쓴 것 말고는 지금껏 성과가 없다”고 꼬집었다.

신 전 소장은 지난 1970년대 초 유치과학자로 캐나다에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교통개발연구원의 전신인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교통개발연구원장을 지냈다. 교통공학 전문가지만 한글공학에도 관심과 조예가 깊어 2010년 KT와 함께 KAIST에 한글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5개 언어의 발음을 소리 나는 ‘한글자판’에 입력하면 자국 언어로 출력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한글기반범용음성시스템(HUPS)’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신부용 전 KAIST 한글공학연구소장. /사진제공=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신부용 전 KAIST 한글공학연구소장. /사진제공=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



그는 “앞으로 음성인식 기술과 결합한다면 외국인들이 한글을 아예 몰라도 말만 하면 자국 언어로 출력이 가능하다”며 “각기 다른 음성 언어정보를 한글로 통일하는 IT를 발전시킨다면 현재 로마자 기반 IT의 한계인 언어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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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국어를 배우며 사용하는 중국의 공식 로마자 발음 표기법 병음(Pinyin)은 서구인을 위해 고안된 것인데 원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혼동을 준다. 신 전 소장은 “병음 대신 한글로 표기하면 중국어를 처음 배울 때 어려움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훈민정음을 두고 로마자로 배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한자의 수는 많지만 같은 음절(발음)끼리 묶어놓으면 417개로 정리됨을 활용해 한글 발음으로 한자를 쉽게 찾을 수 있는 ‘CEK 입체자전’ 앱을 만들어 구글 앱스토어에도 등록시켰다. 그는 “한글 기반 IT가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제3국인의 중국어·영어 등의 학습에 사용될 수도 있고 이를 발전시키면 세계 언어 학습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글 산업화를 위해 우선 한글 정보성의 국제화가 필요하다. 세계 대부분의 언어에서 쓰이는 ‘f, r, v’ 발음과 중국 권설음(zh,ch,sh)을 나타내도록 한글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것. 그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한글 사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공익사업으로 해당 국가의 정치적·감정적 거부감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국내 휴대폰, 내비게이션 자판조차 통일시킬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한글 정보화 기술 표준화는 엄두도 못 낼 일”이라며 “현재 보급에만 초점이 맞춰진 한글 정책을 바꿔 한글이라는 원천기술로 돈 버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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