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꼽은 반정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1만 명뿐이라니 말이 안된다.”
지난해 청와대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계 인사 9,473명의 명단이 담긴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보냈다는 증언과 자료가 공개된 지 8일째를 맞은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한바탕 일이 벌어졌다. 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이 거리로 나와 이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청와대가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 참가자(754명), 야권 인사 지지 선언 참여자(8,125명) 등 진보 성향 문화예술인들을 검열 대상으로 관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한 예술계 인사의 제보로 11일 공개됐다. 특히 리스트에 오른 예술인 중 실제 ‘상영 중단’과 ‘작품 철거’ 등으로 검열을 당했다는 구체적 정황까지 나오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퍼포먼스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은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을 두고 그동안 심증만 있었던 현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의 실제 사례가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설가 이시백 작가는 “집으로 치자면 가스가 샜을 때 미리 알려주는 가스경보기가 바로 작가의 운명”이라며 “단잠을 깨운다고 가스경보기의 입을 가로막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분노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 복면을 쓰고 나타난 공공미술가 임옥상 작가는 “(예술을 검열한다면) 그 결과는 결국 국가의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퍼포먼스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은 다음달 예술검열 반대 제2차 만민공동회를 열고 12월에는 정부의 예술검열에 저항하는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시상하는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상식’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의 퍼포먼스와 기자회견 현장을 서울경제썸이 다녀왔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