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지한파' 후카가와 교수 "한·일 제조업 라이벌 아냐…신산업 분야 협력할 때"

전경련·게이단렌 공동세미나서 강조

日 AI·IoT·헬스케어 관심 커

한국 벤처기업 진출 여지 충분

수출주도 한국 경제 한계 극복 위해

기술혁신으로 내수시장 키워야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의 공동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서플라이 체인 변화와 한일의 대응’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의 공동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서플라이 체인 변화와 한일의 대응’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




“한국과 일본은 더 이상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금융과 기술 등 서로 부족한 분야나 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한파 경제학자로 잘 알려진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 서플라이 체인 변화와 한일의 대응’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한일 기업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일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10일 열린 한일 재계회의 합의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한국 측에서는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현상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응 및 한일 협력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제조업 분야에서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데도 시장점유율을 비교하며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철강 산업 구조조정을 거쳐 투자를 더 늘리지 않는 일본은 한국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의 비관세 장벽이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후카가와 교수는 “대만 기업이 샤프를 인수합병(M&A)한 것처럼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M&A하면 장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일 양국 간의 협력 강화 분야로 금융·기술 등 서로 부족한 분야나 인더스트리4.0 같은 제조업 혁신 분야, 로봇 산업 등 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신산업 분야를 꼽았다. 그는 “한국은 일본처럼 대형 은행이 없고 일본은 기술 수출국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수입국”이라면서 “최근 일본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등에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 벤처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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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의 공동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서플라이 체인 변화와 한일의 대응’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의 공동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서플라이 체인 변화와 한일의 대응’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


후카가와 교수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한일 양국이 경제 성장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환경규제, 노동 시장 개혁, 전기요금, 환율정책,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 6개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분야의 개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투자 유치의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일 간에 FTA 체결국 숫자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다자간 협정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한일 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3자 협력에 대해서도 후카가와 교수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 국회가 비준하려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전형적인 예지만 일본은 해양 세력이라 아세안이나 인도로의 진출을 원한다”며 “일본은 3국 간 협력 사고가 약하기 때문에 한국과의 양국 협력이 실효성 있다”고 말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또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에 한계가 있다며 내수 시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도 세계적인 무역 감소 시대에 대비해 이제 일본처럼 내수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며 “혁신이 없이는 국내 고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한일 양국이 비슷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의 서비스 산업 성장률이 제조업을 앞지르는 변화를 겪고 있어 한국 중화학 공업이 ‘중국 특수’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한일 양국이 수출상품이 많이 겹쳐 경쟁적이지만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데서 윈윈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 진출에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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