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해운·조선 막바지 구조조정] 현대상선 '자금 숨통'...항만·벌크선 확보로 2M내 입지 강화될 듯

<현대상선 '한진 핵심자산' 인수>

안정적 선적·하역 작업 위해선 거점 항만 필수

'장기 계약' 벌크선 경쟁력 높여 수익성도 개선

선박펀드 투자 개념...'정부 퍼주기 논란' 적을듯



글로벌 해운 업계에서의 머스크와 MSC로 구성된 해운동맹 2M은 ‘공룡’으로 불린다. 세계 해운 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업계의 치킨 게임을 유발한 당사자다. 현대상선이 내년부터 2M 소속으로 합류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 노선 배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박펀드를 통해 현대상선이 외형 확대는 물론 핵심 항만을 확보하게 되면 2M 내 입지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펀드의 경우 일반 금융회사들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만큼 하나 남은 국적 선사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지원 부담을 덜 수 있다.

◇롱비치터미널 등 핵심 거점 필요=항만터미널은 해운사가 보유할 수 있는 알짜 자산 이상의 상징성이 있다. 해운 업계는 물론 화주들 사이에서도 거점 항만을 보유한 해운사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운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롱비치터미널은 머스크가 보유한 인근 항만과 더불어 미국 서부 지역 항만 인프라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안정적인 선적·하역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화주들은 항만을 보유한 해운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해운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은 광양터미널과 경인터미널 등 국내 2곳과 미국 LA의 롱비치터미널, 벨기에 앤트워프터미널,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 등 5곳이다. 이 중 롱비치터미널과 함께 알헤시라스터미널도 매력적인 인프라로 꼽힌다. 북유럽과 지중해·아프리카를 잇는 ‘허브’ 항구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롱비치터미널과 함께 알헤시라스터미널도 인수할 경우 아시아와 미주를 잇는 동서 노선과 유럽과 아프리카·아시아를 잇는 남북 노선 모두에서 거점 항만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머스크와 MSC는 전통적으로 남북 노선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2M 내에서 현대상선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벌크선 부문 추가, 수익성 확보=현대상선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정기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했다. 그러나 원유 운반선 5척을 비롯해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벌크 선대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벌크선의 경우 컨테이너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주 수가 적은데다 대부분 장기계약을 맺어 안정적이다. 한진해운에 비해 화주 네트워크가 충분하지 못한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벌크선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단기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선박펀드를 통해 신규 발주에 들어가는 선박은 컨테이너선보다는 벌크선 위주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상선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상선의 대표적 원유선인 ‘현대썬호’의 경우 건조 시점이 20년에 가까운 노후된 선박”이라며 “노후화된 선박들을 신조 선박으로 대체하면 연비 개선 등의 효과로 경영 효율성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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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M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노선을 강화하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운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부터 현대상선과 공동 운항에 나서는 2M 입장에서는 이미 1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급 초대형 선박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며 “2M과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주기 논란도 적을 듯=정부 입장에서 선박펀드를 통해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을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선박펀드의 60%는 민간 금융회사가 선순위 투자자 개념으로 참여한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은 전체 조성액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는 현대상선이 부담한다. 민간 금융회사는 선박펀드를 운영하는 특수목적회사(SPC)로부터 원리금을 지급받고 국책은행들은 배당 형식으로 수익을 보전받을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형식이 아닌 만큼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과 정면 배치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조민규·한재영기자 세종=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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