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 甲질 못참겠다" 뭉치는 대학원생

"우선 정원 감축·임금 삭감 대상…인권 침해 비일비재"

총장 형사고발·권리장전 제정 운동 등 집단반발 나서



오랜 기간 이어진 대학의 갑(甲)질에 참다못한 대학원생들이 집단반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도교수와의 관계 등으로 집단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했던 대학원생들은 총장 형사고발, 권리장전 제정 운동, 국회 입법 촉구 등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권익을 찾기 위한 대학원생들의 집단반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국대 대학원생협의회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다음달 총장을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행정조교 등으로 일하는 대학원생들의 임금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한 결과 내년에는 행정조교 시급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아진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단과대학에서 조교 임금·정원 등을 직접 관리하다 보니 예산이 부족하면 대학원생부터 우선 정원 감축, 임금 삭감 대상(근로 시간을 줄이면서 장학금 축소)이 되고 근로계약서 역시 쓰지 않아 각종 잡무에 시달려 추가근무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신정욱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갑의 위치에 있는 학내 교직원 업무는 행정조교들에게 무작위로 떠넘겨지지만 임금은 10년째 제자리고 등록금은 무려 33%나 올랐다”며 “이러한 현상이 동국대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고려대·중앙대 등과의 공동 고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고려대·중앙대·서강대 등은 권리장전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원생의 인권에 대한 개별적인 문제 제기나 제보가 적지 않았지만 대학 측과 합의된 명문화된 지침이나 규정이 없다 보니 학교 측의 사과나 제도 개선 요구를 받아내기 어려웠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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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13개 대학원생이 주도해 만든 전국대학원생총학생협의회는 올해부터 일부 국회의원들과 협력해 입법 청구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대학원생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웹툰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개별 학교를 벗어나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 공동으로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김선우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은 “전국 대학원생들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조교들의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화를 위한 입법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대학원생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웹툰으로 제작한 결과 약 1년 만에 조회 수가 150만에 이를 정도로 사회적 공론화도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학원생들의 집단반발 움직임이 확산하는 현상은 오랜 피해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학부와 다르게 매년 등록금이 오르고 최근 논란이 된 평생교육 단과대학처럼 새로운 사업이 신설되면 대학원 건물부터 우선 쓰는 관행 등으로 인해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못한 을의 처지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학내의 문제 제기에 대한 학교 측의 과도한 대응도 불만을 키워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동국대에서는 지난 3월 안드레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신정욱 대학원 총학생회장 등 4명을 총장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같은 달 교직원 4명은 서울 중부경찰서에 전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김선우 총학생회장은 “학생들 제보로 교원들이 설사 징계를 받더라도 피해자에게 알려주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 난무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심정적 회복은커녕 오히려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것이 대학 측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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