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상반기에 이어 3·4분기에도 6.7%의 경제성장률을 이어갔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기됐던 경착륙 우려는 잦아들고 있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과 기업부채 문제가 중국 경제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9일 중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보다 6.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에 부합한 수치로 이에 따라 중국 경제는 1·4분기, 2·4분기에 이어 3분기 연속 6.7%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됐다.
중국 정부가 연초 내세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6.5~7.0%였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분기 연속 6.7%의 성장률을 이어간 것은 글로벌 경기를 고려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마지막 4·4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6.7%의 성장률을 지속함에 따라 중국 경제가 당초 당국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목표치의 마지노선을 넘기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상반기만 해도 시장 안팎에서 제기됐던 ‘L’자형 성장곡선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셈이다. 지난 6월 말 터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미국의 통상 압박 등 글로벌 악재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가 이른바 ‘중속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인위적 공공투자 확대와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 등 돈 풀기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1% 수준에 불과했던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을 3월 이후 6월까지 4개월간 6~7%로 끌어올렸다. 부동산 거품론이 부상했던 7월과 8월에는 부동산 투자 증가율이 각각 5.3%와 5.4%로 다소 줄었지만 9월에는 다시 5.8%로 올라섰다.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여실히 드러내는 신규 위안화 대출도 급증 추세다. 9월 중국 은행권의 신규 위안화 대출은 1조2,200억위안을 기록해 8월(9,487억위안)에 비해 28%나 늘었다. 중국 당국의 공공투자 의지를 보여주는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도 9월 누적기준 8.2%를 기록해 7월(8.1%)과 8월(8.1%)을 웃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도한 정부 지출 확대와 대출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성장률 유지에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중국 경제의 고질병인 과잉 공급과 기업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민간 부문 투자가 여전히 부진해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데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민간투자 증가율은 2.5%로 전달(2.3%)에 비해 다소 늘었지만 지난해 말(10%)과 연초인 1월(6.9%)에 비춰보면 여전히 확연한 둔화 추세다.
그나마 성장률 유지의 버팀목이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오히려 중국 경제를 경착륙으로 내몰 수 있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소재 라보방크의 마이클 에버리 수석 연구원은 “부동산 버블과 신용대출 확대 등 인위적인 수단으로는 성장률이 지속될 수 없다”며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약세에도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 또한 중국 경제 성장률에 부담을 주고 있다. 9월 중국 위안화 기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 줄어들며 3월(18.7% 증가) 이후 7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줄리아 왕 HSBC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급등 부담으로 중국 당국은 당분간 추가 부양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성장률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