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서경 금융전략포럼]진웅섭 "신용·보안리스크·불완전판매·쏠림현상 등 5대과제 점검하라"

금감원장 기조강연

신용리스크- 기업매출↓가계빚↑...시나리오별 관리

불완전판매- 해피콜·미스터리 쇼퍼로 신뢰 높여야

쏠림 현상- 독창적 구조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길

신종리스크- 부동산투자 등 심사·사후관리 철저히

보안리스크- 빅데이터 통한 왜곡문제 등 걸러내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권욱기자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신용 리스크와 불완전판매, 쏠림현상, 신종 리스크, 보안 리스크 등 5대 과제를 해결하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제11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최근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금융회사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5대 리스크와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저금리의 장기화와 저성장의 고착화,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물결로 변화의 한가운데 놓인 금융회사들로서는 이를 반드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진 원장은 최근 금융환경이 금융사들에 결코 녹록지 않음을 우선 강조했다. 진 원장은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와 국채금리 추이를 보면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있고 전 세계 경제성장률과 교역량을 살펴보면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음이 확연하다”며 “특히 정보통신기술(IT)이 고도화되면서 초지능·초연결·대융합의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며 금융 부문에서는 핀테크 혁신으로 진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금융환경의 변화로 금융회사들은 수익성 악화 우려는 물론 건전성 훼손과 전통적 사업모델의 지속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 원장은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반드시 점검해야 할 리스크 요인들을 차례로 제시했다. 가장 먼저 손꼽은 것은 신용 리스크로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2014년 4.9%를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1.9%로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가계부채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처분 가능한 소득에 대한 가계금융부채는 2012년 108%에서 지난해 110%로 증가 추세다. 진 원장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우리나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금리가 오르게 될 것”이라며 “기업과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각 금융회사들이 대외충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작성·분석하고 선제적인 신용 리스크 관리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 진 원장의 첫 번째 주문이었다.


금융사들이 직면한 또 다른 리스크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평판·소송 리스크이다. 최근 파생결합증권 등 투자성 금융상품의 판매가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규모는 2013년 20조9,000억원에서 2015년 48조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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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원장은 이와 관련해 “파생결합증권의 판매량이 급증하면 개별 금융회사의 평판·소송 리스크가 커질 수 있고 나아가 금융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미국 웰스파고와 같은 사례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웰스파고은행 직원들은 수년간 고객의 명의를 무단 도용한 뒤 200만개의 유령계좌를 개설하는 등 불법에 가담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진 원장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금융상품을 판매한 뒤 고객이 상품에 대해 이해했는지 여부를 유선으로 확인하는 ‘해피콜’을 실시하고 자체적인 미스터리 쇼핑을 수행하는 등 내부통제를 적극 실행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쏠림현상과 대체투자에 따른 신종 리스크도 대비하라고 언급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추종하는 ELS에 대한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했었다. 올해에는 HSCEI 추종 상품이 줄어든 반면 유로스톡스를 추종하는 상품이 크게 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 원장은 “과거에도 브릭스(BRICS), 친디아(CHINDIA), 러시아펀드 등이 유행처럼 번진 후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됐다”며 “이 같은 투자 관행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고객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독창적 구조의 상품 개발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와 관련해 “신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심사를 엄격히 하고 투자 이후에도 가치변동 모니터링을 면밀히 하는 등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라”고 강조했다.

진 원장은 또 빅데이터와 핀테크 혁명 등 디지털 환경 변화와 관련한 IT·보안 리스크에 대해서는 장시간을 할애해 거듭 강조했다. 빅데이터의 경우 부정확한 데이터로 인해 왜곡된 의사결정이 발생할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고객에 대한 부당한 차별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 최근 유행하는 대체인증기술 가운데 하나인 생체정보와 관련해서는 생체정보 유출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새로운 투자기법으로 주목받는 로보어드바이저리 등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인 거래가 발생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주거나 알고리즘 왜곡으로 금융시장 내 혼란이 발생할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진 원장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채팅 로봇이 부정확한 정보 인식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게 되자 운영한 지 16시간 만에 작동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며 “금융회사 경영진이 빅데이터의 부정확한 정보를 걸러내고 생체정보에 대한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디지털 혁명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 원장은 주제강연 말미에 ‘결국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생각대로 된다’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한 뒤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변화의 바다에서 크고 작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겠지만 나아가는 방향이 옳다면 결국에는 목적지에 잘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금융회사 CEO들을 독려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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