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국방부 담당 기자의 반성문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오보를 냈다. 또! 한국과 미국이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순환배치’하기로 합의했다는 기사는 명백한 오보다. 두 나라는 그런 합의에 이른 적이 없는데도 모든 조간신문이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다. 협상 대상인 미국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볼 것인가. 북한에도 조롱당할 판이다.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로 북한이 공포에 떨 것이라고 기사를 써댔으니…. 반성문을 아니 쓸 수가 없다.

애초에 보다 냉정하고 치밀하게 접근했어야 옳았다. 당장 ‘상시 순환배치’란 용어의 의미 자체가 불명확하다. ‘상시배치와 순환배치는 서로 다른 것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정부 당국자의 말만 듣고 풀어버린 것부터 잘못이다.


비판적인 시각을 가다듬을 필요도 있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두 가지 소통채널을 만들었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위기관리특별협의체(KCM)’. 전자는 외교부가, 후자는 국방부가 주도하는 협의체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현지에서 어떤 협의체가 상위에 있는지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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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일이다. 지금은 한미 간 협의체가 없나. 무릇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소통 통로는 간단 명료할 필요가 있다. 협의 통로가 많아지면 오히려 소통에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뭔가 해냈다’는 실적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어야 했건만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라는 뉴스에 함몰돼 놓치고 말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오보가 구조적이라는 데 있다. 관(官)이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뉴스, 마감 시간에 쫓기는 속보경쟁이 어처구니없는 오보 사태를 낳았다. ‘미국의 전략폭격기·핵잠수함이 365일 한반도 주변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에게 뭐라 설명해야 하나. ‘국방부가 잘못 설명하는 통에 국민들에게 혼란을 안겨줬다’는 항의성 질문에 돌아온 국방부 당국자의 설명이 뻔뻔하다. “괌에 배치된 전략자산의 작전반경이 한반도에 미치기 때문에 상시배치나 마찬가지”란다.

더 뻔뻔한 것도 있다. 언론의 취재 방향이 알려진 시각이 20일 오후5시 무렵. 발표가 나기까지 7시간 동안 보도방향이 잘못됐다는 어떤 설명도 없었다. 알고도 그랬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의 설명대로 몰랐다면 무능하다. 결과적으로 잘못은 정부에만 의존한 언론의 몫이다. 독자들께 참으로 죄송하다.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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