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굵기 10분의 1 수준인 5미크론(㎛·1㎜의 1,000분의1)까지도 오차 없이 초정밀 가공이 가능합니다.”
지난 21일 경기도 의왕 현대위아 기술연구소. 백경수 공작기계개발실장(상무)의 설명은 입에 모터를 단 듯 쉬지 않고 한 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날 현대위아 의왕연구소에서는 국내 금형 고객사 30여곳 약 100명을 대상으로 한 로드쇼가 열렸다.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제품은 ‘XF6300’이다. 백 실장은 “독일 베를린공대와 아헨공대 부설 공작기계 연구소를 돌며 영입한 현지 인력 12명이 만들어 낸 첫 제품”이라면서 “기술력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XF6300은 땅을 팔 때 쓰이는 가로세로 30㎝ 크기의 금형 부품 가공을 시연하고 있었다. 3개와 2개 축(Axis)이 각각 시차를 두고 작동하는 기존 공작기계와 달리 XF6300은 5개 축이 동시에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반구(半球) 모형의 금속 원제품을 깎아냈다. 금속 표면에 뿌려지는 우윳빛의 절삭유(油)가 튀면서 만들어지는 거품은 현란한 XF6300의 몸놀림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설명을 듣던 참석자들은 “국내 업체가 이런 제품을 개발할 줄 몰랐다”며 연신 탄성을 토해냈다. 현대위아는 초정밀 고속 가공 기계를 더 이상 해외에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공작기계 분야의 글로벌 트렌드는 생산성과 정밀도 향상이다. 얼마나 빨리 원하는 형상을 깎아 내느냐와 얼마나 세밀한 부분까지 오차 없이 깎아낼 수 있느냐가 기술의 핵심이다. 현대위아는 XF6300을 앞세워 독일·일본이 장악한 초정밀 공작기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위아는 제품을 놓는 베드(bed)와 이를 지탱하는 컬럼을 일체형으로 설계해 기계 가동에 따른 필연적인 오차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개별 지지대가 서로 조립돼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떨림과 이에 따른 오차 발생 가능성을 아예 제거한 것이다.
이러한 현대위아의 기술력은 세계 무대에서 곧바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공작기계 전시회에 전시된 XF6300이 현장에서 팔려 나갔다. 유럽에서는 출시 한 달 만에 이미 17대 주문이 들어왔다. 대당 가격이 수억원에 이르는 공작기계가 이처럼 짧은 시간에, 그것도 공작기계 본고장인 유럽에서 대량 주문이 들어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를 상대로 독일과 일본 업체들에 버금가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왕=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