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KF-X 사업, 책임실명제 도입하고 타임캡슐을 묻자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또 암초를 만났다. 미국의 4개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인해 혼란이 빚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국내 개발로 방향을 정했으나 의외의 난관이 나타났다. '국내 개발'의 전제였던 핵심기술을 제외한 21개 기술이전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방위사업청의 책임이 크다. '11월께 기술이전을 약속할 것'이라던 방사청장의 확언이 나온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방사청이 국민과 대통령을 속였거나 미국의 기술이전에 대해 순박한 허상에 사로잡혀 있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우선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대와 달리 난항에 빠진 21개 기술이전 협상은 분명한 사실 하나를 재확인시켜줬다. 미국은 KF-X 사업을 통해 한국이 미국산 전투기 시장을 잠식할 경쟁사로 부상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졌다.

구매자인 한국이 오히려 판매자에게 끌려다니다 기술 종속에 갇힐 것 같아 두렵다. 국산 제트기로 수출까지 이뤄졌지만 미국이 핵심기술을 제공했기에 개조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국산 T-50' 시리즈의 전철을 또 밟을 것인가. 꼬이고 꼬였다면 차제에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미국의 이웃인 캐나다가 구매를 취소했던 것처럼 F-35A 전투기 40대 도입계획을 철회하고 유럽이나 다른 미국 회사에서 차기 전투기를 들여오는 방안도 생각해볼 때다.

정부의 공언대로 오는 2025년 KF-X가 하늘을 날기 위해 우리는 책임실명제를 제안한다.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기록해 타임캡슐에 묻어 10년 뒤에 열어 공과를 따져보자. 퇴직공직자들도 책임규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언론 보도 역시 타임캡슐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진정 혼을 다해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책임실명제와 타임캡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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