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가구 비율이 줄어든 것은 통상 긍정적인 지표로 보지만 요즘과 같이 소비가 만성적으로 둔화한 상황에선 반길 수 없는 수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적자 가구 비율은 20.0%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분기 기준으로 최저로 나타났다.
이전 최저치인 지난해 3분기(20.8%) 기록을 1년도 채 되지 않아 갈아치운 수치였다.
적자 가구는 가처분소득보다도 소비지출이 더 많은 가구. 적자 가구 비율은 2005년 1분기 역대 최고인 31.4%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서서히 감소세를 지속시켰다.
20%대 후반대를 유지하던 적자 가구 비율이 본격적으로 꺾인 것은 2012년 들어서면서부터로 알려졌다.
이후 적자 가구 비율은 20%대 초반대에서 오락가락하다가 10%대까지 넘볼 지경이 됐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하위 20%인 1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만 44.0%로 전년 동기대비 변함없었을 뿐 다른 분위에선 모두 떨어졌다.
2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은 1.5%포인트 줄어든 22.3%, 3분위는 가장 큰 폭인 2.8%포인트 감소한 14.8%로 나타났다.
4분위는 0.2%포인트 줄어 11.8%였고 5분위도 비교적 큰 폭인 1.2%포인트 감소한 7.2%의 수치를 보였다.
적자 가구 비율이 쪼그라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계가 부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요즘처럼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적자 가구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씀씀이를 줄이는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의 소비지출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2004년 81.3%로 최고치를 찍고서 점차 떨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져 올 2분기엔 70.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령화로 노후 대비 부담이 늘어난 데다 경기가 악화해 안정적인 일자리도 줄어들며 가계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어서로 알려졌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자 가구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숫자 자체는 좋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며 “소비 둔화가 지속하면서 가계도 불황형 흑자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위원은 “코리아 세일페스타 개최 등 정부가 단기 소비 진작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금은 소비 여력이 없어서 돈을 쓰지 않는다기보다는 미래 불안감 때문에 손에 돈을 쥐고 있으려는 것”이라며 “국내 경제주체들의 소비 심리 진작이나 고용 대책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