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의 서쪽 경계에 접해 있는 ‘호텔 오라’는 일반적인 호텔 및 지원시설들이 공항의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것과는 달리 홀로 동떨어진 곳에 지어졌다. 얼핏 호텔이 세워질 곳이 아닌 대지에 들어섰다는 생각도 들지만 직접 건물을 마주하면 이내 독특한 외관에 시선이 사로잡힐 만큼 매력적인 건축물이다. 스테인리스 금속판을 사용해 마감한 덕분에 바라보는 위치, 시간, 각도에 따라 호텔 외관의 색이 다르게 표현된다. 층별로 평면 구성을 엇갈리게 한 점도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외관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냈다. 건축주인 정홍채 호텔 오라 대표는 “평범한 걸 워낙 싫어한다”며 “마음이 잘 맞는 설계자를 만난 덕분에 아름다운 외관을 가진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 오라 설계는 건물 일 층에 대형 버스가 통과할 수 있는 필로티 공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됐다. 대지의 형태가 길 다란 탓에 건물 바깥에 승하차 공간을 두는 것보다는 건물을 관통하게끔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기 때문. 건물을 설계한 임재용 오씨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고민 끝에 건물 지붕에 철골 트러스 구조를 만들고 나머지 부분을 그 트러스에 매다는 형태로 설계를 진행했다”며 “외관의 마감을 스테인리스로 선택한 것도 트러스에 매달린 하중을 줄이려는 방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문을 연 호텔 오라는 독특한 건물 외관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인기는 호텔 내부 공간이 주목받으면서 높아졌다. 지하 1층 주차장부터 보통의 호텔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주차 공간마다 벽을 두고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해 사생활을 보장한 것이다. 이 벽들은 건물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지하 주차장에는 자동 체크인 시스템도 마련돼 있어 굳이 호텔 로비를 거치지 않고서도 객실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객실 내부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감이다. 다른 호텔들은 일반적으로 객실 내벽을 벽지로 도배하는 것과 달리 호텔 오라는 도장으로 마감했다. 벽지보다 금액적으로 훨씬 비싸지만 덕분에 고급스럽고 넓어 보이는 객실을 만들 수 있었다. 정 대표는 “원래 벽지 마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사용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도장으로 하는 게 훨씬 크기 때문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객실에서 보이는 풍경은 공항과 산으로 나뉜다. 공항 쪽과 맞닿아 있는 곳에서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제 2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활주로가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눈앞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다른 쪽 객실에서는 산을 바라볼 수 있는데 공항 풍경과는 전혀 다른 편안한 경치를 누릴 수 있다. 권윤숙 호텔 오라 실장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소리가 시끄러울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 데 두꺼운 통유리를 쓴 덕분에 전혀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편안하게 휴식하고 싶어하는 투숙객들은 호텔 뒤편 산을 바라보는 객실도 선호하신다”고 말했다.
아직 완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컨벤션 기능이나 편의 시설 등도 곧 확보할 계획이다. 호텔 오라가 들어서 있는 바로 옆 부지에 제2 호텔 오라를 지을 예정이기 때문. 정 대표는 “제2 호텔 오라에는 객실과 회의실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바 등도 만들 생각”이라며 “눈앞의 수익성을 따지기보다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더 편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