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朴대통령 '최순실 사과'…그래도 의혹은 남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연설문 유출 파문과 관련해 전격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씨는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명한 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씨의 국정농단·국기문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서둘러 직접 봉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사과에도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박 대통령은 사과의 범위를 연설문 유출로만 한정했다. 그것도 국정을 농단한 책임은 묻지 않았다. 최씨를 둘러싸고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씨의 역할에 대해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후 그만뒀다”고 한 것도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K스포츠·미르재단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끌어들인 것은 연설문 유출 시기가 아닌 지난해다. 최씨 딸이 이화여대에서 특혜 학사관리를 받은 것도, 독일 여행의 편의를 제공한 대한항공 직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최씨 개인의 능력이라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관련기사



의혹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박 대통령은 최씨 자진입국이나 검찰의 철저한 수사에 대해 입을 닫았다.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벌써 “알맹이가 빠졌다” “진정성이 없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래서는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적어도 최씨에게는 국정개입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검찰에 최씨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최씨도 검찰에 자진 출두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최순실 의혹을 뛰어넘지 못하면 앞으로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