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동산 띄워도 4분기째 0%대 성장에 머문 한국경제

한국은행이 25일 올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4분기의 0.7% 이후 4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물론 대내외 경제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만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성장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0%대 성장이라도 민간소비·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선순환의 결과라면 미래라도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0%대 성장조차 정부가 돈을 풀고 부동산 경기를 띄워 겨우 만들어낸 것이다. 건설투자를 보면 한국 경제가 한쪽으로 치우친 외바퀴 경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3·4분기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6%에 달했다. 성장률의 87%를 건설 부문이 담당한 것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던 제조업은 급격한 추락세다. 3·4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0.1% 뒷걸음질쳤다. 7년6개월 만에 최악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와 자동차 업계 파업의 영향이라고는 하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이 컸던 2009년 1·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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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역시 어느 것 하나 좋은 게 없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소비절벽이 나타나면서 민간소비 증가도 2·4분기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설비투자는 2.8% 성장에서 0.1% 감소로 확 꺾였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이제까지는 그나마 정부 추경과 건설투자 호조로 버텼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위축과 갤노트7 사태의 여파가 4·4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 유럽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 대외변수도 만만찮다.

한국 경제는 지금 인위적인 부양에만 매달릴 수 없는 환경에 직면해 있다. 경제환경이 바뀐 만큼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이 투자할 여건을 조성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 여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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