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쓰러져 가던 일본항공을 단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도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1959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세라믹부품회사인 교토세라믹을 설립했지만 품질 불량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그렇지만 포기를 모르는 끈질긴 집념 하나로 작은 부품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모두가 할 수 없다고 주저앉는 순간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에서도 집념으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있는 경영인들이 적지 않다. 경북 칠곡에서 세븐밸리CC를 운영하는 김달호 씨제이파라다이스 대표가 단적인 예다. 2009년 18홀 정규골프장으로 문을 연 이 골프장은 세계 100대 골프장 가운데 2곳을 설계한 토니 캐쉬모어가 2년간 직접 설계에 참여했을 정도로 수준 높은 골프코스를 자랑한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 가운데 절반가량이 적자에 허덕이는 경영여건 하에서 세븐밸리 역시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들었다. 포항공대에서 재무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김달호 대표가 이 회사를 책임지게 된 2013년엔 이미 재기 불능 상태였다. 직원들의 급여 압류를 모면하기 위한 자구책마저 채권 추심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무산되기도 했고 각종 송사에도 휘말렸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지방세 체납으로 공매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900억원이 넘게 투자된 골프장은 몇 차례 유찰을 거치면서 100억원 미만까지 떨어졌고 이제는 모두가 체념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단 한사람 김달호 대표만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인구 350만을 배후에 둔 입지여건과 뛰어난 골프코스의 가치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미납 세금과 직원 급여를 제외하면 회원권 소유자들과 기존 채권단은 단 한 푼도 건지기 어렵게 되자 상황은 반전됐다. 대중골프장 전환에 부정적이던 회원들마저 찬성으로 돌아섰고 원금회수가 불투명해진 채권단은 일부 상환을 조건으로 대규모 부채탕감에 합의했다. 더욱이 이 같은 자구안을 바탕으로 36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마저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침몰 직전에 극적인 합의를 이뤄낸 세븐밸리는 기적처럼 다시 일어섰다. 대중골프장 전환에 따른 세금감면 덕분에 그린피를 확 낮춘 이후 내장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은 신념으로 역경을 이겨낸 것은 김달호 대표 뿐만이 아니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기업을 꾸려가고 있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들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포기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희망으로 극복해내는 긍정의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일궈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희망의 끈을 붙잡고 부단히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