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불붙은 소프트파워 혁명]"한번 처지면 존립 위태"...멈추지않는 R&D본능이 기업 살린다

<4·끝> 선택 아닌 필수가 된 R&D

대내외 환경 불확실할수록

원천기술 중요성 더 커져

글로벌기업들 매출 줄어도

R&D 늘려 핵심역량 챙겨

기존기술 융합노력도 필요

구본무(오른쪽 두번째) LG그룹 회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호텔서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  만찬장에 참석해 미국 전역서 초청받은 한국 출신 이공계 석·박사 인재들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제공=LG그룹구본무(오른쪽 두번째) LG그룹 회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호텔서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 만찬장에 참석해 미국 전역서 초청받은 한국 출신 이공계 석·박사 인재들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제공=LG그룹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년에 한 번씩 채용 담당자가 된다. LG그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년 개최하는 LG 테크노 컨퍼런스에서다.

이 행사는 미주 지역 유수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공계 석·박사 인재들을 초청하는 자리다. 구 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5년째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여기서 구 회장은 20~30대 석·박사과정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리크루팅에 나선다.


구 회장은 컨퍼런스에 참석한 300여명의 석·박사과정 인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LG에 오면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겠다”며 직접 ‘러브콜’을 보내기도 한다. 연구개발(R&D) 핵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재계 총수들 가운데서도 유독 R&D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이는 자리면 거의 빠지지 않고 R&D 핵심역량을 키울 것을 주문한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미래 준비에 그 어떤 것보다 R&D가 필수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 먹거리 준비와 기업 존립에 R&D 역량 확보가 필수조건이라고 보는 것은 비단 LG그룹만이 아니다. 국적과 업종을 막론하고 기업 내에서 R&D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연구해야 할 대상과 분야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분화·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애플과 같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내놓는 스마트폰 제품 하나에는 카메라 모듈에서부터 내장반도체·커버·액정 등 어느 하나 최첨단 기술력이 적용되지 않은 데가 없다. 작은 부분 하나라도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상의 단일 완제품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 끝없이 진보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제조업에 있어 기술력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면서 “그 한계를 얼마만큼 극복하느냐가 기업 성패의 관건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소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암울한 경제전망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R&D 투자를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은 부분이라도 기술력이 뒤처지는 순간의 실수가 기업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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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집행위원회(EC)가 매년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R&D 동향과 투자 현황을 조사해 발간하는 ‘EU R&D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2014년 R&D 투자 상위 2,500대 기업의 매출은 2.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R&D 투자 증가율은 6.8%에 달했다. 경기 위축으로 외형이 쪼그라들더라도 핵심역량을 챙기는 데는 기업들이 주머니 속 쌈짓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면 할수록 R&D를 통해 확보한 원천기술과 1등 제품이 결국 회사를 생존하게 만든다”면서 “R&D는 제품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에 한 번 시류를 놓치면 완전히 도태돼 따라잡기 어렵게 돼버린다”고 말했다.

단순히 시대 흐름을 좇기 위한 차원의 R&D 투자뿐 아니라 미래 신사업 전개를 위한 기술 확보에도 기업들은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 만개(滿開)하지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삼성SDI·LG화학이 경쟁적으로 원천기술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필요한 경우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도 기업들이 R&D 투자를 재촉하고 있다. 안중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양적 팽창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면 이제 이를 뛰어넘는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R&D를 통한 기술혁신은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존이 과거보다 더 심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개발한 기술이 한 번 쓰이고 사장(死藏)되지 않도록 융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기업들은 기술 융합이나 응용기술개발에 R&D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기술력이 일정 궤도에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기술 융합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는 게 제품 차별화를 성공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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