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K세일 뒤엔 납품사 눈물...공정위, 대형유통사 수수료 인하 이행 점검

30~40% 할인 행사 하면서 수수료는 그대로

백화점·대형마트 매출 늘었지만 납품사는 되레 손해

직매입 美와 달리 韓은 특약매입...납품사 부담 떠안아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최대 쇼핑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K세일페스타)’ 대규모 할인기간에 참여한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수수료 인하 이행을 조사하기로 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품목에 따라 최대 80%의 할인 경쟁을 벌였지만 납품 수수료는 그만큼 내리지 않아 납품업체의 피해가 컸다는 지적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8일 “K세일페스타에 참여한 백화점이 판매가격을 내리면서 수수료에 대해 인하하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했는지 점검할 것”이라면서 “할인행사로 유통업체의 매출은 늘었는데 수수료를 내리지 않아 판매가 하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판매 수수료는 공정거래법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공정위는 유통업계의 과다한 판매 수수료를 조사하거나 공시해 자율인하를 유도해왔다. 지난 5월 공정위는 백화점 수수료 관련 종합대책을 내면서 K세일 페스타에 참여한 백화점은 납품업체에 할인가격의 10%만큼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가격을 40% 할인하면 납품 수수료를 4% 깎아준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진행된 K세일페스타는 1년 전에 비해 매출이 약 10%가량 늘었다. 면세점이 29.5%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편의점(15.8%), 온라인쇼핑(12.3%), 백화점 (8.7%)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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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매출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납품업체들은 되레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유통업체에 상품을 납품한 업체들은 “매출 증가보다 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밝혔다. 실제 유통업체 대부분은 재고 부담 때문에 납품 상품을 직매입하지 않고 특약매입이나 특정매입, 임대갑·을 등의 형태로 납품받는다. 또 납품업체는 매출 30~40%의 수수료를 유통업체에 내면서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판매 촉진과 재고 부담까지 져야 한다. 면세점의 경우 해외 명품 등은 직매입하지만 일부 국산 업체의 제품은 최고 55%의 판매 수수료를 내고 있다. 재고 부담 없이 매장을 이용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국내 유통업체의 계약 형태는 사실상 부동산임대업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K세일페스타 등 대형 할인행사를 시행할 때 유통업체는 판매가격을 30~40% 인하해도 판매 수수료는 깎아주지 않기 때문에 납품업체는 부담이 크다. 정부가 주도한 대형 할인행사라고 해도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별도의 수수료 인하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직매입이 원칙으로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물건을 완전히 사서 파는 형태이기 때문에 재고 부담도 백화점이 안고 간다.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백화점 등이 쌓인 재고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이유다.

물론 국내 유통업계는 할인 폭이 높기 때문에 매출이 늘었다고 해도 영업이익이 크지 않으며 납품 방식을 직매입으로 바꾸면 납품업체에 오히려 불리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직매입을 하려면 재고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매출이 불확실한 중소기업 상품은 납품받을 수 없고 해외 명품이나 대기업 상품 위주로만 입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수시로 상품 구성을 바꿔야 하는 유통업체들은 특약매입 등의 형태여야 다양한 납품업체를 입점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수수료가 높은 편인 면세점업계도 정부 특허를 받기 위한 각종 비용과 공항 등의 높은 임대료, 관광 가이드에게 지불하는 알선 수수료 등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는 실정이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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