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라스푸틴, 드라마같다’ 웃음거리된 한국, 외교현안 동력잃나

-박, 국정장악 약화로 대북압박·사드등 주요 현안 동력 약화 우려

-中환구시보 “박통 외교정책 충동적, 감정적...최씨 영향 있나”, 日지지통신 “한일관계 답보 전망도”

-최씨 열람 외교문서 등장 국가·정상회담등 주요일정 앞둔 나라들 촉각

‘라스푸틴, 드라마같다’ 웃음거리된 한국, 외교현안 동력잃나

-박통 국정장악 약화로 대북압박·사드등 주요 현안 동력 약화 우려


-中환구시보 “박통 외교정책 충동적, 감정적...최씨 영향 있나”, 日지지통신 “한일관계 답보 전망도”

-최씨 열람 외교문서 등장 국가·정상회담등 주요일정 앞둔 나라들 촉각

한국이 ‘최순실 게이트’로 해외 언론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해외판)는 이번 사태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연관시켜 “한국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 대한 저항이 높아질 것이라고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았다. 최씨를 ‘라스푸틴’에 비유하거나 “박 대통령이 TV 드라마 주인공 수준이 됐다”는 식으로 흥미 위주의 외신 보도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 국제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하면서 북핵 문제 대응을 포함한 우리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최순실 게이트를 전하는 외신들의 보도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번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위기를 맞게 됐다는 점과 이에 따른 외교·국방 정책에 대한 영향 분석이다. 29일 로이터는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국정 장악 능력을 상실했다.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3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 박 대통령의 이번 스캔들은 집권 후반기를 마비시키고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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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이번 사태를 국방 외교 현안과 연관 지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 상실을 언급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지난 28일 자국 학자가 ‘박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최근 2년간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에 최씨의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지적한 내용을 전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e메일 스캔들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언론도 자국과의 문제와 연관해 이번 사태를 전하고 있다. 최순실 스캔들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이유로 한일관계 개선에 미온적이었던 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무리하게 위안부 문제 합의를 밀어붙인 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의 반발에도 군위안부 합의 이행 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재개됐지만 이번 사태로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박 대통령이 구심력을 잃고 있어 대일 관계에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면서 “개선 기미가 보이던 한일 관계가 답보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에서 발견된 외교 관련 문서들에는 박 대통령이 외교 상대국 인사들을 대할 때의 지침이 담긴 것으로 드러나 해당 국가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점은 자극적인 흥미다. 기사에 주술·종교지도자 등의 단어를 등장시키는 외신 보도도 계속 나오고 있다. AFP통신은 최순실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종교 지도자이자 과거 한때 박 대통령 멘토의 딸”이라면서 “한국 언론들은 최씨를 라스푸틴과 같은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앞서 언급한 보도에서 “한국인들은 박 대통령이 그의 오랜 친구이자 컬트 종교 지도자가 국정에 개입하게 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권위지인 워싱턴포스트(WP)도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정부를 재앙 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으며 박 대통령을 TV 드라마 주인공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보도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게이트의 파문으로 박 대통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던 외교 현안들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미국·일본 등 우리와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외교 상대국들과의 공조에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다음달 8일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새 대통령과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미 간 여러 정책 조율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나온다. 특히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새 정부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대화와 협상이나 선제 타격 등 여러 옵션을 검토할 때 우리 정부가 분명한 안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순실 파일에 언급된 해외 국가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면서 “해당 국가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 우리나라와 주요 일정이 잡혀 있는 국가들은 지금 서울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이경운기자 nevermind@sedaily.com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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