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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넘어 정화를 느끼게 해주는 연극 ‘슬픔의 노래’ ...박지일-남명렬 레전드 컴백

15년 만에 돌아온 전설의 연극 ‘슬픔의 노래’가 28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했다.


‘슬픔의 노래’는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정찬의 소설을 각색해서 무대화한 극으로, 인간의 보편적 성찰과 영화, 연극, 음악 등의 예술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 중 인물 박운형을(박지일, 김병철)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의 가해자로, 그리고 연극배우라는 인물로 설정하여 나약한 인간의 슬픔과 성찰,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가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28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배우 박지일이 ‘슬픔의 노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28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배우 박지일이 ‘슬픔의 노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슬픔의 노래’는 인정받는 연기파 배우들이 정말 하고 싶어서 뭉친 연극이다. 특히 원년멤버 박지일과 남명렬이 이 작품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은 대단했다.

그 아닌 다른 ‘박운형’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배우 박지일은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0대 후반, 운 좋게 이 작품이 찾아왔다” 며 “작품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준 작품으로 절대 잊을 수 없는 연극이다”고 말했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 유성균의 옷을 제대로 입은 배우 남명렬은 “더 나이들기전에 이런 좋은 작품을 무대에서 선보였으면 좋겠다. ”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며 “십 몇 년이 지나, 잊었을지도 모른 젊은 관객들에게 이 연극을 선보이고 싶어 열심히 추진했다”고 전했다.

‘슬픔의 노래’는 폴란드 아우슈비츠와 1980년 광주의 이야기를 나란히 들추어낸다.

교향곡 ‘슬픔의 노래’로 유명해진 작곡가 헨릭 구레츠키를 인터뷰하러 간 기자 유성균과 그의 친구 영화학도 민영수, 그리고 그로토스프스키 연극에 심취한 배우 박운형이 그들이다.

작품의 백미는 박운형의 광기어린 독백신과 구레츠키 교향곡 안의 애잔한 소프라노 육성이 함께 흐르며 긴장감이 최고조가 되는 장면. 박운형과 민영수가 역사의 아픔으로 고통을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음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배우 박지일과 남명렬이 ‘슬픔의 노래’ 한장면을 시연하고 있다.배우 박지일과 남명렬이 ‘슬픔의 노래’ 한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년 전에 공연을 봤다”고 전한 배우 이찬영은 이번에 영화학도 민영수 역을 소화하게 된다. 이찬영은 “(박)지일이형 광기를 잊을 수 없더라. 서치라이트가 객석을 향해 비쳐지는데 마치 장갑차가 오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비극적인 상황을 재현하는데도, 무대 위 한 남자가 아름답게 보였다”고 그날의 감상을 밝혔다.


이찬영 배우의 말대로 ‘슬픔의 노래’ 속 배우 박지일은 아름다운 광기를 무대 위에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박지일 배우는 “나이를 먹으면서 훨씬 더 많은 게 이해가 되더라. 분명 몸 속 근육 곳곳에 녹아있는 게 있어서 훨씬 수월하게 받아들이는 게 있는 것 같다. 오래 묵혀놓으면서 내가 만든 인물들이 어디엔가 곳곳에 살아있다 그 인물이 숙성되어 나오는 면도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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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럴까. 박 배우는 “15년 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동수 연출은 “‘슬픔의 노래’는 20년 넘게 가슴에 품고 있던 작품이다”고 말했다. 김 연출에 따르면, ‘슬픔의 노래’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한가? 이 시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까?‘에 대한 두려움 역시 있다.

마지막으로 김동수 연출은 “‘슬픔의 강 ’앞에서 예술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뭘 보여줘야 할 것인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시대를 뛰어넘어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연극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프로듀서 한정림이 ‘슬픔의 노래’를 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배우 이찬영, 연출가 김동수, 프로듀서 서정림프로듀서 한정림이 ‘슬픔의 노래’를 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배우 이찬영, 연출가 김동수, 프로듀서 서정림


이번 작품을 프로듀싱한 문화예술기획 Lim-AMC 대표 겸 프로듀서 서정림은 “연극이란 게 투자를 해도 배당금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며 “‘슬픔의 노래’란 작품, 또 이 작품을 쭉 해 온 선배님들에 대한 신뢰감이 커서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작곡가 헨릭 구레츠키의 음악 ‘슬픔의 노래’는 연극 무대 뿐 아니라, 11월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창단 90주년을 맞은 일본의 NHK 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한정림 프로듀서는 “귀족적 장르인 클래식이 가난한 연극 속에서 흐르고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신이 우리에게 만들어준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찬의 소설을 각색해서 무대화한 연극 ‘슬픔의 노래’는 폴란드 아우슈비츠와 1980년 광주의 이야기를 통해, 인류사의 보편적 비극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다.

11월 2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박지일,남명렬, 손성호로 이루어진 레전드팀과 다음 세대의 배우 이명호, 이찬영, 김병철로 이루어진 뉴웨이브팀이 번갈아가며 공연한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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