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다. 무용수의 동작은 아름다운 선율을 만나 몸의 노래를 들려주는 듯하다. 발레 음악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같은 작품이 여태까지 그 위상을 유지해온 가장 큰 원인은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고전 발레의 음악은 심포니(교향곡)형식으로 쓰여 있어 연주는 항상 오케스트라가 하게 되는데, 음악의 템포와 리듬에 맞춰 무용수의 발걸음 수까지 맞춘 ‘계산된 음악’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기술적인 면에서 지휘자들이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발레의 경우 음악은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발레와 공동으로 내용을 표현하고 진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레와 음악은 서로 어느 한쪽의 종속관계가 아닌 ‘함께 가는’ 관계인 것이다.
현대무용은 고전 발레의 모든 형식주의를 버리고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동작이 무용의 실체’라는 데 중점을 두고 무용을 하나의 독립된 예술로서 분리하고 있어 근육 활동 없이 외적인 힘으로 몸이 움직이는 것처럼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현대무용에 사용되는 음악은 정해진 룰이 따로 없다. 클래식, 팝, 재즈, 뉴에이지 등등 모든 음악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무용 음악은 크게 궁중무용·민속무용 음악으로 나눌 수 있다. 궁중무용 음악은 다시 당악정재, 향악정재, 일무를 위한 음악으로 나눌 수 있고 민속무용 음악은 무악, 탈춤, 농악, 승무 및 각 지방의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로 갈라진다. 궁중무용에 관한 기록과 반주로 사용된 음악에 대한 기록은 ‘고려사’에 처음 나타나는데 아마도 그 역사는 더욱 오래되었을 것이다. 서양의 발레 음악이 현재처럼 예술적인 경지로 승화한 것이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인 것에 비한다면 춤과 음악의 조화를 이루게 한 역사적인 의미는 우리 한국무용이 훨씬 크고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필자는 ‘참 좋은 음악회’라는 전국 투어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그 무대에서 탱고 음악으로 유명한 간발의 차이(Por una cabeza)라는 곡을 부르는데 노래 중간에 아름다운 여성 무용수와 춤을 추기도 한다. 관객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매번 객석으로부터 열띤 박수와 환호를 받고 있다. 음악과 무용이 어우러졌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필자 스스로 톡톡히 누리고 있다. /테너 류정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