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성과연봉제 적용 범위를 현재 4급에서 내년부터 5급까지 확대하기로 한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4급(과장급) 이상 공무원과 외무직·대학교원 등 일부 직종·관리자만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성과연봉제를 일반직 5급 및 경찰·소방 등 특정직 관리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체계 개편안은 내년부터 4급 전체와 과장 보직의 5급, 오는 2017년부터는 5급 전체를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적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성과연봉제 확대 찬성 측은 제도 자체가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공공 부문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성과에 따라 연봉에 격차를 두는 방식이 공무원 동기부여에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고 공공 부문의 기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듣는다.
찬성-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정책과학학회장
성과중심 인사관리 통해 행정효율 높여야
● 조선시대 품계 등 관료 사회 오랜 전통
● 성과 측정 어려운 문화예술계도 도입
● 평가지표·방식 보완 통해 공정성 확보
우리의 일상생활이 사회의 각종 법규 및 규범 등에 따라 움직이는데 공무원 세계는 특히 더 그렇다. 이러한 제도에 대한 논의는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실로 다양하게 전개돼왔다.
혹자는 제도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고 사회에서 널리 공유되는 태도·가치·지식체계로 규정된다는 점에서 문화와 제도를 등치(等値)로 본다. 문화와 제도를 같이 보든 달리 보든 문화와 제도의 상관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도 형성에 관련된 개념도 제도 스스로 새롭게 완전한 형태로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기존 제도의 변화에 의해 새로운 제도가 형성되는가로 구분해야 할 정도로 이것 역시 다의적이다. 말하자면 어떠한 강력한 외부 충격에 의한 제도 변화를 제외하고는 내생적으로 변화하는 제도는 새로운 것이 없으며 이전의 유사한 제도의 변형 또는 점진적 변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즉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 공직사회가 성과연봉제의 본질적 요소를 이해하고 도입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화의 정착이 급선무인 것이다. 다시 말해 성과연봉제가 느닷없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도 과거를 통해 관료를 등용한 후 지금의 계급제와 같은 품계제를 기반으로 성과제도를 운영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승진과 급여에 반영하는 제도는 관료제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민간 부분에서는 많은 회사가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준정부기관인 공공기관은 물론 성과 측정이 어려운 문화예술단체까지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성과연봉제가 제대로 운영되고 확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문제점은 제도 운영에서 발견된다. 공공 분야라 하더라도 도로·철도·에너지·관광 등 구체적인 성과 수치가 나와 개인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 측정 가능한 분야가 있는 반면 지속적 판단이 필요하고 조직 내 팀워크가 필요해 개인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분야도 있다.
필자는 성과중심 인사관리를 강화해 행정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충분한 보완이 없으면 공무원들이 자신의 성과에만 매달려 동료들과의 집단의식이 약화하거나 어려운 업무에서는 손을 자꾸만 떼려고 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염려된다. 과거에도 이런 이유들로 성과는 반영하되 급여인 연봉제도와 연계해 운영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컨대 미국과 같이 직위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급여 수준이 정해져 있는 직위분류제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들과 우리나라와 같이 계급이 상승하면 급여도 상승하는 제도를 가진 국가가 성과연봉제라는 용어를 함께 사용하더라도 운영하는 방법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인사혁신처의 성과연봉제 확대에 대한 논의보다는 어떤 분야에, 어떤 평가지표 구성에, 누가 평가를 하느냐 등 공정성의 확보와 제도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성과연봉제를 결정하는 지표에 구성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지표들이 들어갈 수도 있으며 평가자의 자의성이 지나치게 높아 오히려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평가지표에 '조직에 대한 공헌도'라는 것이 포함되면 공헌도를 상관에 대한 충성도로 보거나 아니면 조직 전체에 대한 충성도라고 여기는 것처럼 다양한 관점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직속상관 한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인사고과제도 근무평정 시스템에 대해 피평가자들의 참여 등을 통해 평가자와 평가지표의 공정성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도 모든 대학이 성과연봉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고 사립대학들의 경우 구성원들의 판단에 따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인사혁신처는 각 부처에 성과연봉제 운영의 자율적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문화를 형성하게끔 도와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반대-최상한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의 봉사자' 아닌 성과 추종자 만들어
● 신자유주의적 발상, 되레 공공기능 약화
● OECD 대부분 인센티브 지급 수준 그쳐
● 저평가자 삭감분 배분형식 효과 입증 안돼
최근 인사혁신처는 현행 4급 이상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성과급적 연봉제를 오는 2017년까지 5급 공무원에게도 전면 확대하는 내용의 '직무와 성과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방안의 골자는 성과가 우수한 공무원에게는 과감한 보상을 하고 성과가 미흡한 공무원의 보수는 동결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하위 등급을 받는 공무원의 보수는 오르지 않는다.
한마디로 성과급을 채찍과 당근으로 사용해 중간관리자 이상 공무원의 성과를 높여 정부의 생산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논리다. 이는 자유경쟁주의를 바탕으로 성과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적 착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80년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도사였다. 미국과 영국은 성과 위주의 강력한 정책으로 복지예산을 축소하고 공무원을 줄이며 정부의 많은 부분을 민영화하면서 오히려 공공 부문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9·11테러를 레이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비극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미국 대부분의 공항은 검색요원을 공무원이 아닌 민영화된 기업의 직원으로 대체 고용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권총을 휴대하고 가짜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검색대를 통과하는 모의 검사에서 검색요원은 70% 이상의 가짜 FBI 요원을 무사 통과시키기도 했다. 예산을 절감한다는 명분으로 저임금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공항 안전을 맡긴 것이다. 검색은 성과가 필요 없는 단순 노동이기 때문에 학력이 낮은 사람을 고용해 저임금을 줘도 된다는 성과와 능력 중심의 발상이었다.
9·11테러의 교훈으로 미국 정부는 검색요원 5만여명을 전원 공무원으로 대체하고 국토안보국 산하에 교통안전부를 신설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공공 부문에서 성과 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포기하는 대전환이었다. 물론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성과급을 늘리고 공무원의 동기 유발을 목적으로 고위공무원들에게 성과급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성과급여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공관리 개혁 프로그램의 장기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OECD 회원국의 3분의2 이상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OECD 회원국 대부분의 성과급제도는 말 그대로 동기부여를 위해 성과가 뛰어난 공무원이나 팀 단위 부서에 인센티브인 성과급을 상여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지 인사혁신처처럼 성과급을 다음 연도 연봉에까지 누적시키면서 연봉을 차이 나게 하는 방식은 아니다. 인사혁신처가 5급 공무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성과급제도는 성과급적 연봉제를 말한다. 성과급적 연봉제는 업무 성과를 경쟁시켜 4등급으로 나누고 하위 50%의 성과가 있는 공무원에게 돌아가야 할 성과급을 상위 50%인 공무원에게 줘 성과급 격차를 늘리고 그 격차를 다음 연도 연봉에 반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아랫돌을 빼내 윗돌에 쌓아주는 보수제도가 되고 있다.
성과급적 연봉제는 최근 도입돼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보기 드물다. 성과급적 연봉제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성과급제도의 경우 민간 부문에서는 동기부여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와 다르게 공공 부문의 성과급제도는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성과급제도에 대한 결과가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공무원은 민간 부문 종사자와 달리 공공에 대한 봉사와 직업의 안정성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반면 금전적 보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에서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성과와 생산력 향상 위주의 보수체계를 강요하다 보면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가 아닌 경쟁자로,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성과에만 책임지는 공무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 9·11테러로 파괴된 성과와 경쟁의 상징이었던 미국 뉴욕 쌍둥이빌딩의 어두운 그림자를 더 이상 밟지 말아야 한다는 미 정부의 교훈을 한국 정부만 유독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이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4급(과장급) 이상 공무원과 외무직·대학교원 등 일부 직종·관리자만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성과연봉제를 일반직 5급 및 경찰·소방 등 특정직 관리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체계 개편안은 내년부터 4급 전체와 과장 보직의 5급, 오는 2017년부터는 5급 전체를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적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성과연봉제 확대 찬성 측은 제도 자체가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공공 부문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성과에 따라 연봉에 격차를 두는 방식이 공무원 동기부여에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고 공공 부문의 기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듣는다.
찬성-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정책과학학회장
성과중심 인사관리 통해 행정효율 높여야
● 조선시대 품계 등 관료 사회 오랜 전통
● 성과 측정 어려운 문화예술계도 도입
● 평가지표·방식 보완 통해 공정성 확보
우리의 일상생활이 사회의 각종 법규 및 규범 등에 따라 움직이는데 공무원 세계는 특히 더 그렇다. 이러한 제도에 대한 논의는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실로 다양하게 전개돼왔다.
혹자는 제도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고 사회에서 널리 공유되는 태도·가치·지식체계로 규정된다는 점에서 문화와 제도를 등치(等値)로 본다. 문화와 제도를 같이 보든 달리 보든 문화와 제도의 상관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도 형성에 관련된 개념도 제도 스스로 새롭게 완전한 형태로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기존 제도의 변화에 의해 새로운 제도가 형성되는가로 구분해야 할 정도로 이것 역시 다의적이다. 말하자면 어떠한 강력한 외부 충격에 의한 제도 변화를 제외하고는 내생적으로 변화하는 제도는 새로운 것이 없으며 이전의 유사한 제도의 변형 또는 점진적 변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즉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 공직사회가 성과연봉제의 본질적 요소를 이해하고 도입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화의 정착이 급선무인 것이다. 다시 말해 성과연봉제가 느닷없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도 과거를 통해 관료를 등용한 후 지금의 계급제와 같은 품계제를 기반으로 성과제도를 운영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승진과 급여에 반영하는 제도는 관료제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민간 부분에서는 많은 회사가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준정부기관인 공공기관은 물론 성과 측정이 어려운 문화예술단체까지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성과연봉제가 제대로 운영되고 확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문제점은 제도 운영에서 발견된다. 공공 분야라 하더라도 도로·철도·에너지·관광 등 구체적인 성과 수치가 나와 개인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 측정 가능한 분야가 있는 반면 지속적 판단이 필요하고 조직 내 팀워크가 필요해 개인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분야도 있다.
필자는 성과중심 인사관리를 강화해 행정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충분한 보완이 없으면 공무원들이 자신의 성과에만 매달려 동료들과의 집단의식이 약화하거나 어려운 업무에서는 손을 자꾸만 떼려고 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염려된다. 과거에도 이런 이유들로 성과는 반영하되 급여인 연봉제도와 연계해 운영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컨대 미국과 같이 직위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급여 수준이 정해져 있는 직위분류제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들과 우리나라와 같이 계급이 상승하면 급여도 상승하는 제도를 가진 국가가 성과연봉제라는 용어를 함께 사용하더라도 운영하는 방법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인사혁신처의 성과연봉제 확대에 대한 논의보다는 어떤 분야에, 어떤 평가지표 구성에, 누가 평가를 하느냐 등 공정성의 확보와 제도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성과연봉제를 결정하는 지표에 구성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지표들이 들어갈 수도 있으며 평가자의 자의성이 지나치게 높아 오히려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평가지표에 '조직에 대한 공헌도'라는 것이 포함되면 공헌도를 상관에 대한 충성도로 보거나 아니면 조직 전체에 대한 충성도라고 여기는 것처럼 다양한 관점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직속상관 한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인사고과제도 근무평정 시스템에 대해 피평가자들의 참여 등을 통해 평가자와 평가지표의 공정성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도 모든 대학이 성과연봉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고 사립대학들의 경우 구성원들의 판단에 따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인사혁신처는 각 부처에 성과연봉제 운영의 자율적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문화를 형성하게끔 도와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반대-최상한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의 봉사자' 아닌 성과 추종자 만들어
● 신자유주의적 발상, 되레 공공기능 약화
● OECD 대부분 인센티브 지급 수준 그쳐
● 저평가자 삭감분 배분형식 효과 입증 안돼
최근 인사혁신처는 현행 4급 이상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성과급적 연봉제를 오는 2017년까지 5급 공무원에게도 전면 확대하는 내용의 '직무와 성과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방안의 골자는 성과가 우수한 공무원에게는 과감한 보상을 하고 성과가 미흡한 공무원의 보수는 동결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하위 등급을 받는 공무원의 보수는 오르지 않는다.
한마디로 성과급을 채찍과 당근으로 사용해 중간관리자 이상 공무원의 성과를 높여 정부의 생산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논리다. 이는 자유경쟁주의를 바탕으로 성과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적 착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80년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도사였다. 미국과 영국은 성과 위주의 강력한 정책으로 복지예산을 축소하고 공무원을 줄이며 정부의 많은 부분을 민영화하면서 오히려 공공 부문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9·11테러를 레이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비극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미국 대부분의 공항은 검색요원을 공무원이 아닌 민영화된 기업의 직원으로 대체 고용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권총을 휴대하고 가짜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검색대를 통과하는 모의 검사에서 검색요원은 70% 이상의 가짜 FBI 요원을 무사 통과시키기도 했다. 예산을 절감한다는 명분으로 저임금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공항 안전을 맡긴 것이다. 검색은 성과가 필요 없는 단순 노동이기 때문에 학력이 낮은 사람을 고용해 저임금을 줘도 된다는 성과와 능력 중심의 발상이었다.
9·11테러의 교훈으로 미국 정부는 검색요원 5만여명을 전원 공무원으로 대체하고 국토안보국 산하에 교통안전부를 신설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공공 부문에서 성과 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포기하는 대전환이었다. 물론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성과급을 늘리고 공무원의 동기 유발을 목적으로 고위공무원들에게 성과급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성과급여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공관리 개혁 프로그램의 장기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OECD 회원국의 3분의2 이상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OECD 회원국 대부분의 성과급제도는 말 그대로 동기부여를 위해 성과가 뛰어난 공무원이나 팀 단위 부서에 인센티브인 성과급을 상여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지 인사혁신처처럼 성과급을 다음 연도 연봉에까지 누적시키면서 연봉을 차이 나게 하는 방식은 아니다. 인사혁신처가 5급 공무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성과급제도는 성과급적 연봉제를 말한다. 성과급적 연봉제는 업무 성과를 경쟁시켜 4등급으로 나누고 하위 50%의 성과가 있는 공무원에게 돌아가야 할 성과급을 상위 50%인 공무원에게 줘 성과급 격차를 늘리고 그 격차를 다음 연도 연봉에 반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아랫돌을 빼내 윗돌에 쌓아주는 보수제도가 되고 있다.
성과급적 연봉제는 최근 도입돼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보기 드물다. 성과급적 연봉제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성과급제도의 경우 민간 부문에서는 동기부여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와 다르게 공공 부문의 성과급제도는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성과급제도에 대한 결과가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공무원은 민간 부문 종사자와 달리 공공에 대한 봉사와 직업의 안정성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반면 금전적 보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에서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성과와 생산력 향상 위주의 보수체계를 강요하다 보면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가 아닌 경쟁자로,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성과에만 책임지는 공무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 9·11테러로 파괴된 성과와 경쟁의 상징이었던 미국 뉴욕 쌍둥이빌딩의 어두운 그림자를 더 이상 밟지 말아야 한다는 미 정부의 교훈을 한국 정부만 유독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