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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플릿' 도박볼링에서 꽃핀 두 남자의 성장스토리

스포츠 도박이 소재인 영화는 심심할 때마다 한번씩 등장해왔다. 사실 야구, 축구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도박 이야기가 더 영화같을 때도 있다.

따지고 보면 경마, 경륜, 경정 등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도 있는게 스포츠 도박이다. 그런데 볼링이라니, 그것 참 새롭다.






‘스플릿’은 사고로 선수생활을 접고 도박볼링으로 살아가는 철종(유지태)와 설계자 희진(이정현)이 볼링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자폐증 청년 영훈(이다윗)을 섭외해 큰 판을 벌리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은 사고 후 폐인처럼 살아가는 철종과 집에서 버림받고 볼링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영훈이 서로 교감하고 우정을 나누는 과정을 중심으로 흐른다. 여기에 도박과 볼링의 공통점인 스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시각·청각적인 재미를 더한다.

두 청년의 조합은 신선하다. 아르바이트 하던 볼링장에서 영훈을 발견한 철종은 그를 꼬드겨 도박볼링에 나서지만, 영훈의 삶을 알아갈수록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영훈 역시 누구와도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철종에게 만큼은 다르다. 삐걱대며 시작된 두 남자의 우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볼링공처럼 단단해진다.



‘슈우웅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볼링공이 튀어오르는 스트라이크는 직접 공을 던지든 스크린에서 보든 통쾌하기 그지없다. 속이 뻥뻥 뚫리는 경쾌한 소리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귀를 흥겹게 한다.


수트를 벗고 망가진 유지태의 허술한 매력, 무표정한 표정에서 벗어난 이정현의 귀여움, “어마어마하게 고민했다”는 이다윗의 자폐연기는 손색없다. 악역으로 처음 변신한 정성화의 이중적인 모습도 눈여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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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터지는 스트라이크 장면은 통쾌하지만 점수판의 X 하나에 수백 수천만원이 오가는 도박적인 스릴은 부족하다. 작품은 게임 전체보다 스트라이크에 집착하는 면이 강하다. 스트라이크, 스페어 처리, 핀을 남기는 상황 세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볼링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다소 복잡하지만, 등장하는 수많은 게임 중 한두번은 이를 활용해 극적인 반전을 끌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처럼 점수보다 ‘스트라이크냐 아니냐’만으로 경쟁하는 장면들은 게임 자체의 긴장을 늦춘다. 화투에 광이나 고도리는 고려하지 않고 ‘몇 장을 가져왔냐’로만 승부를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타짜’의 “동작그만, 밑장빼기냐”로부터 시작되는 결정적인 긴장 유발과 극적인 반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는 도박의 스릴보다 두 청년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전개된다. 온 몸의 털이 쭈뼛 서게 만드는 도박의 스릴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으나 스포츠, 드라마적 요소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눈도장을 찍을만 하다. 10일 개봉.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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