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러한 일본 버블 붕괴의 역사와 흥미로운 인연이 있다. 1986년 증권사에 처음 입사하여 소위 ‘주식을 최고로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젊은 패기로 모든 상장 종목의 차트를 매일 손으로 직접 그리고, 한국 증권시장의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큰 일본 증권시장 연구에 매진했다. 당시 자사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경기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경쟁률은 매우 높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러나 일본 증권시장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필자의 결론은 달랐다. 결과적으로 그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던 청약에 참여하지 않은 유일한 직원이 되었고, 얼마 후 한국 주식시장의 폭락을 정확히 예측한 직원으로 주목받았던 경험이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한국도 최근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힘든 기간 동안 살아남은 금융회사들의 생존비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필자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한 일본 사례 세미나에 참석하여 발표자로 나선 일본 증권회사 관계자들에게 그 비법을 질의했던 적이 있다. 가장 주목할만한 답변은 일본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도 예전의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한편 요즘의 고객들은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을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적인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 더 나아가 고객의 니즈를 예측하여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이 증권업계의 역할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국내 경기가 침체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국내 투자만으로는 원하는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렵기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필자가 있는 회사에서도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해외투자처 물색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예금상품을 출시하게 된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최근 20년간 연평균 7%대 높은 경제성장률, 달러가 공용통화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였다.
성장이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성장이 있는 곳을 과감하게 찾아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