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다 혼외자녀 의혹이 불거져 사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당시 “눈치 없이 법대로 하다가 짤렸다”고 회고했다.
채 전 총장은 2일 ‘한겨례TV’의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눈치도 없이 법대로 하다가 잘렸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인정한다며 “눈치가 없어서…자기(박근혜 대통령)만 빼고 법대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이라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때는) 법대로 수사하라는 게 가이드라인이었다”고 답했다.
채 전 총장은 최재경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 “수사능력이 탁월하고 아주 훌륭한 검사”라면서도 “여러 가지 혈연, 또 검찰에서 맺어왔던 인간관계, 그런 인연들에서 과연 자유롭게 잘할 수 있을 까 걱정된다”고 평가했다. 또 ‘최재경 민정수석 아래서 검찰이 최순실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주변의 여러 인연들이 영향을 미쳐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채 전 총장은 ‘검찰이 권력의 말을 잘 듣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인사권 때문”이라며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말 안 들으면 물 먹이고 그렇게 하다가 이번 정권 들어와서는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서 몰아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검찰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또 속도 많이 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찰을 하수인으로 만든 권력자들,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권력에 빌붙은 일부 정치 검사들…그러다가 이 지경까지 된 것 아닌가 싶다”며 “검사들이 쥔 칼자루는 법을 우습게 알고 제멋대로 날뛰는 놈들 죽이라고 국민이 빌려준 것이다.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 제대로 하라”고 지적했다.
[사진=더팩트]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