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의 하늘이 스텔스 전투기 배치 경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젠-20 스텔스 전투기의 비행을 선보이며 조기 배치를 예고했다. 당초 오는 2019년, 일러야 2018년 배치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중국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배치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흘리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늦어도 2020년대쯤 비행대대 편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제 F-35 라이트닝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는 한국과 일본보다 속도가 다소 앞선다.
처음에는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의 스텔스 전투기 실전 배치 시기가 엇갈리며 당분간 중국의 우위가 예상된다. 다만 젠-20 전투기의 성능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중국이 광둥성 주하이에서 개최한 제11회 에어쇼 차이나에서 선보인 젠-20 전투기 두 대의 실제 비행을 지켜본 서방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크기가 예상보다 크고 기체 내부 무장창의 위치를 감안할 때 스텔스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진전된 것이 없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알려진 제원만으로도 젠-20이 F-35보다 1.3~1.4배 이상 큰 대형인 것은 스텔스 설계 기술과 각종 항법 장비 및 엔진 소형화 기술의 낙후 때문으로 추정된다. 크기가 더 크다면 이런 문제가 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군 관계자는 내년 초 배치까지 거론하고 있다. 선행 양산과 테스트 과정 없이 테스트와 조종사 양성, 실전 배치를 병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비행대대 편성이 완료되는 시기에는 F-22는 몰라도 F-35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체가 크기에 각종 업그레이드와 시험 비행이 보다 손쉽다는 장점도 있다.
분명한 점은 한국 공군에 F-35 2개 대대가 편성될 2022년에는 동북아의 하늘이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스텔스 전투기 지역으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 중국은 젠-20 전투기뿐 아니라 젠-31 스텔스 전투기까지 생산하고 일본 역시 미국제 F-22 랩터 전투기급의 F-3 차기 전투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공군의 스텔스기 세력만 40대로 변함이 없다. 더욱이 일본이 기보유하고 있는 F-15J 전투기를 대폭 개량하는 계획을 실행할 경우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돼 있다.
군사 전문지인 ‘디펜스 타임스’의 안승범 발행인은 “스텔스 전투기 세력의 확충뿐 아니라 대스텔스 레이더 개발 등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R&D)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점차 벌어지는 공군력의 격차 축소를 위한 보유 전투기 개량 사업 확대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기술을 축적해 차차기 주력기(KFXX) 개발 개념 연구에 착수하는 것도 대안으로 손꼽힌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