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히 백악관에 입성할 것 같았던 미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대권 레이스에 먹구름이 가득 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발표한 뒤 승부처인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매직넘버(270)’ 위태=미 NBC방송이 2일 갱신한 격전지 지도를 보면 클린턴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거인단 수는 지난달 24일 기준 287명에서 크게 줄어 274명을 기록했다. 대선 승리에 필요한 ‘매직넘버’ 270명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반면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157명에서 180명으로 크게 늘었다. e메일 스캔들이 다시 선거전 한가운데로 부상하면서 스윙스테이트 유권자들을 빨아들여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셈이다.
NBC 분석에 따르면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던 아이오와·조지아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고 클린턴 우세지역이었던 뉴햄프셔와 노스캐롤라이나가 ‘경합’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대의원 수 차이를 반영해 가중 평균한 스윙스테이트의 후보 지지율은 클린턴 45.8%, 트럼프 42.8%로 3%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고 폴리티코가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아이오와·미시간·오하이오·버지니아·위스콘신 등 전통적 격전지로 분류되는 11개 주다.
◇기세 올린 트럼프…막판 뒤집기 성공하나=트럼프의 기세가 거세지면서 그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대권을 거머쥐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가 미 언론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만약 트럼프가 아직 ‘경합’으로 분류된 주의 선거인단 80여명을 가져오고 스윙스테이트 중 클린턴 우세지역 하나를 뒤집을 경우 트럼프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가 차지한 주를 모두 가져간 트럼프가 플로리다·아이오와·오하이오·뉴햄프셔 선거인단과 승자독식 방식이 아닌 메인·네브래스카의 일부 선거인단을 확보할 경우 두 후보가 269명으로 동률이 된다. 이때 하원이 대통령, 상원이 부통령 선택권을 가져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 각 당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며 주목했다.
◇비상 걸린 오바마…클린턴 지원사격=대선을 목전에 두고 표심의 변화가 심상치 않자 민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흑인 인구가 많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지원유세에 나서고 흑인들이 주청취층인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클린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라디오에서 “흑인들의 투표가 현재로서는 견고하지 않다”며 “트럼프의 목표는 지난 8년간 나와 (부인인) 미셸이 이뤄놓은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공개된 온라인매체 나우디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대선판을 뒤흔드는 FBI의 수사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현직 대통령의 FBI 비판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미 언론들은 설명했다. 그는 “수사는 (뭔가 있는 것처럼 냄새를 풍기는) 암시나 부정확한 정보, 누설 등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지난번(7월)에 FBI가 철저하게 조사했을 당시의 결론은 ‘클린턴이 비록 실수했지만 기소할 만한 내용은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