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천씨 남편인 서동범(58) 서양네트웍스 대표의 친형 서동만(66)씨는 재단법인 송재서재필박사기념재단과 송재교육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재필 박사의 아들인 고(故) 서희원 전 이화여대 교수의 자리를 넘겨받아 2대째 재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두 재단은 사실상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유령 재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재서재필박사기념재단은 지난 1980년 국가보훈처의 설립허가를 받아 서 박사의 전기 발간 및 기념관 추진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재단 소재지는 서 이사장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의 고급 빌라다. 기자가 이곳을 직접 찾아갔지만 경비원은 “이곳에 재단은 없다”며 접근을 제지했다. 전화를 걸자 “그런 재단은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재단의 마지막 활동 기록은 2006년 서재필 박사 55주기 추모식 이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서씨 형제와 관련이 없는 사단법인 서재필기념사업회와 미국 필라델피아의 서재필기념재단이 기념관 설립과 학술회의 등 활동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송재교육재단의 등기부등본에는 2007년까지 서희원 전 이사장 명의의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주소지로 등록돼 있다. 이는 최순실씨가 2002년 각종 재산 취득·등록 과정에서 본인의 주소지로 등재해놓은 곳과 같다. 재단과 최씨 사이의 모종의 관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서양네트웍스 사무실이 자리한 서울 청담동의 한 빌딩에 주소지를 옮겨둔 상태지만 실제 사무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두 재단의 담당자라는 인물과 연락이 닿았지만 그는 “연락처를 남겨주면 메모를 전달해주겠다”고 한 뒤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비영리재단법인을 통한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을 노린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단을 통한 세금혜택은 대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재단을 관리하는 국가보훈처와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실적보고는 받고 있다”고 밝혔다. /노현섭·양사록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