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썸in이슈] 사과는 하겠어 하지만 질문은 ‘안’ 받겠어

박근혜 대통령 4일 대국민담화에서도 '불통' 여전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또 한번 울먹이며 고개를 숙였다. 4일 오전 10시30분께 카메라 앞에 선 박 대통령은 9분20여초 동안 대국민 담화를 가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뒤흔들면서 지난 25일에 이어 두 번째 사과에 나선 것이다.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지만 진정성을 발견한 국민은 많지 않은 듯하다. 이 날 대국민담화 조차도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못박으면서 박 대통령의 ‘불통(不通)’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인사 참사부터 사드 배치·위안부 합의까지…불통 꼬리표 붙은 대통령

그간 박 대통령의 불통을 보여주는 사건은 여러 차례 있었다. 국무총리 지명과 관련된 일련의 ‘인사 참사’부터 국내외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일으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정작 피해 당사자와는 상의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은 위안부 합의까지 돌이켜보면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3일 벌어진 국무총리 문자 해고설은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날 황교안 국무총리가 문자메시지로 당일에야 해임을 통보받았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최악의 이별’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국무총리실이 즉각 해명 자료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 황 총리는 최근 개각 등과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계속 의견을 교환해 왔다”고 밝혔지만 지금 와서 문자 통보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런 기사가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훨씬 충격적이기 때문.

이처럼 고착화된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4일 대국민담화는 이러한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이다. TV를 틀어도 스마트폰을 켜도 심지어 식당에 가도 온통 ‘최순실 게이트’ 이야기 뿐이다. 온 국민이 새롭게 드러나는 의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에 소환된 이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모금 지시가 있었다거나 심지어는 경영권에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최순실씨와 청와대를 향하던 시선이 청와대로 집중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방송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이호재기자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방송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국민들의 소통 요구…대통령은 끝까지 모른 척 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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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모른 척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이미 덧씌워진 불통 이미지를 이용하고 싶었던 걸까. 이날 담화는 산더미처럼 쌓인 의혹을 정면돌파해 해소하기는커녕 여전히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인식을 더 짙게 남겼다. 지난 25일 대국민사과가 녹화방송에 심지어 단 95초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의해 부각된 탓인지 이 날의 대국민담화는 생중계에 9분20초에 달했다. 그러나 본질은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녹화방송 같았고 소통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늘 설명하지 못하는 것일 뿐 기회가 될 때 밝히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적하고 있는 ‘소통 부재’는 박 대통령이 죄송하다며 언급한 ‘경위 설명의 부족’이 아니다. 지난 달 29일 전국 곳곳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모인 국민들 대다수가 호소한 답답함은 논란의 중심에 선 대통령이 입을 꾹 닫은 데 대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을 지지해왔느냐와는 별개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책임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숱하게 원칙과 소신을 강조해왔다. 이 날 대국민담화에서도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자 소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국정 정상화의 열쇠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 ‘한 치 의심도 남지 않게 수사가 진행될 테니 믿고 기다려달라, 안보·경제 등 현안이 많으니 나라를 위해 믿어달라’는 것이 대통령의 바람이라면 국민의 바람은 무엇인지 살피는 게 먼저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원칙과 소신은 무엇인지 박 대통령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할 때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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