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朴대통령 2차 대국민 사과]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수사...'강제 모금·문건 유출'에 초점

수사 어떻게

'태블릿 PC' 주인 등 朴대통령 진술이 핵심 증거로

재단 모금 '선의'라해도 법적 책임은 불가피할 듯

檢 "방문이냐 서면이냐" 수사방법·시기 놓고 고심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 앞에서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해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 앞에서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해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실로 다가왔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수사에 나서면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첫 수사로 남게 된다. 의혹을 남김없이 규명해야 하는 검찰은 수사 방법과 시기·내용 등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법조계는 현 단계에서 대통령 수사가 이뤄지면 크게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이라는 두 줄기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 가지 의혹 모두 검찰이 관련자를 체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사안이다.

먼저 최순실씨의 태블릿PC로 촉발된 문서 유출 건은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사과에서 “지난 대선부터 청와대 체계가 자리 잡기 전까지 연설·홍보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취지로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이후 문서 유출자로 지목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지난 3일 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전격 체포했다. 다만 최씨가 태블릿PC 소유관계를 부인하고 있고 대통령도 첫 담화 이후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만큼 박 대통령의 검찰 진술이 유출 경위와 실체를 밝히는 데 핵심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제모금 부분은 박 대통령이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두 재단은 설립 허가를 신청한 지 하루이틀 만에 승인을 받고 단기간에 53개 대기업에서 774억원을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공모해 기업에 모금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더구나 사건의 몸통은 박 대통령이라는 정황과 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 전 수석은 3일 소환조사를 앞두고 측근에게 “박 대통령의 지시로 한 일”이라며 지휘자가 박 대통령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회장 7명을 두 차례 만나 자금 제공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모금 과정에서 명시적인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 등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 곳곳에 자신의 책임에 선을 긋는 표현을 담아놓았다. 기업들의 기금 모금 참여와 관련해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기업인의 자금 지원이 강압이 아니라 선의로 이뤄졌다거나 적어도 자신은 선의로 알고 있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는 말도 최씨의 범행을 알지 못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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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이 선의라고 주장하더라도 관여 정황이 드러날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혐의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대통령 불소추 특권에 따라 기소는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이뤄지게 된다.

따라서 의혹을 밝혀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의 방식과 횟수·시기 등을 놓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가능한 대통령 수사 방법으로는 대통령을 검찰로 부르는 소환조사와 검찰이 청와대나 제3의 장소로 직접 찾아가는 방문조사, 실제 대면하지 않고 서면을 통한 조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소환조사의 경우 현재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국민들의 수사 불신이 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검찰로서는 단 1회에 한정한 서면조사 수준으로 대통령 수사에 나서면 검찰 안팎에서 불어닥칠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반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 수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방문조사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이날 담화문에서 “경호실에도 수사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점이 방문조사를 사실상 수용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검찰 출신 법조인사들은 적절한 수사 방법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무겁게 고민했다. 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파장이나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 예의를 갖춰 방문조사를 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답했지만 이내 “서면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미진할 경우 방문조사를 하는 방법이 낫겠다”고 전했다. “국제 신인도나 국가 원수의 권위 하락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BBK 의혹을 수사한 특검이 사용한 방법은 방문조사였다. 특검팀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 당선인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3시간가량 조사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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