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겨울, 인심 좋고 아름다운 돌산도가 살인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피해자는 당시 35세의 굴삭기 기사 이승래씨. 그는 자신이 거주하던 컨테이너 안에서 참혹하게 숨진채 발견됐다. 시신에는 칼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자상이 남아있었다. 여수경찰서는 곧바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 씨를 부검한 결과, 그의 몸에서 무려 200개가 넘는 칼자국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180cm가 넘는 거구의 피해자가 저항하다가 다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원한을 품은 누군가가 술에 취해 잠든 피해자를 살해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피해자는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눈에 띄는 치명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감식 결과 현장의 혈흔은 모두 피해자의 것으로 분석됐고, 범인이 남긴 흔적이라고는 발자국 2개가 전부였다. 족적은 270mm의 군화로 특정됐지만 그 외의 단서는 없었다. 경찰은 피해자와 통화한 대상자 102명과 사건 추정시간 현장 인근에서 통화한 3,885명, 돌산대교를 통과한 차량 2,134대까지 찾아내 샅샅이 수사했지만 결국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고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당시 피해자의 몸에 새겨진 200여 개 칼자국의 모양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의 목과 등 부위에서 확인된 자창들의 방향과 크기는 일정하고 대칭적이었으며, 겹치지 않도록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또한 시신에 남겨진 200개의 칼자국에 비해 컨테이너 내부에서 확인된 혈액의 양은 너무 적었고, 피해자는 양발 중 오른쪽 발에만 피가 묻어있는 등 당시 현장의 미심쩍은 정황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200여곳을 계속 찌른것이 아니고 휴지기가 나타난다. 피해자의 신체를 보고 횟수를 세면서 칼로 찔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이승래 씨 살인사건 관련 무려 133명을 용의자로 두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한 명도 기소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건발생 8개월 후, 경찰서에 자수한 용의자가 있었다. 당시 중장비학원 학생이자 용의자리스트에 26번으로 이름을 올렸던 강 씨. 유력 용의자가 범행동기와 범행도구의 유기장소를 순순히 자백했고, 물증만 확보하면 사건이 해결되리라 모두가 생각했던 그때 강 씨가 돌연 진술을 번복했고, 결국 경찰은 그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은 피해자의 몸에 남아있던 200개의 칼자국과 현장에 남아있는 혈흔패턴 분석을 통해 당시 현장상황을 재구성하고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아본다. 아울러 자백만 있고 물증이 없었던 용의자 강 씨를 포함한 유력 용의자들에 대한 진술분석과 현장 프로파일링을 통해 11년 전 그날의 미스터리를 추적할 계획이다.
한편 11년 전 여수 돌산도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5일(토)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