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300명을 이끄는 7년차 최고경영자(CEO) 신현성 대표의 복장은 여전히 청바지와 티셔츠다. 젊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기업 내에서 똑같은 차림새로 종횡무진하는 그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팀장급 아이디어 회의를 앞두고 물품을 나르는 일도 필요하다면 직접 했다. 사진촬영을 위해 자리를 옮기면서 만난 직원 대다수도 먼저 다가와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웃어야죠” “(사진) 잘 찍으세요” 등의 덕담을 건넸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 젊은 벤처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연한 기업문화가 티몬 정체성의 핵심이었다.
신 대표는 “기업의 성공은 구성원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질 때 가능하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대학과 첫 직장을 미국에서 보낸 그가 국내에서 회사를 설립하며 구성원을 설득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도 이 부분이었다. 신 대표는 “시키는 일만 해서 혁신은 이뤄지지 않지만 상명하복의 의식구조를 바꾸기가 만만치 않았다”며 “모두가 고민하고 모두가 실천하며 모두가 앞서 가는 기업이 티몬의 얼굴”이라고 말했다.
각자가 주인이 되는 수평적 리더십을 함양하자 결과는 놀라웠다. 티몬이 경영권 회복 이후 1년 반여 만에 내놓은 3대 성장전략도 실은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온라인몰의 신선식품 판매나 여행업 본격화, 글로벌 쇼핑몰 입점 등은 틈새시장이 아닌 무주공산에 해당했지만 통념과 기존 관습에만 머물렀다면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처럼 신 대표는 티몬의 구성원 각자를 믿으며 이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그만큼의 책임을 묻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일구고 있었다.
매달 티몬이 스타 강사 김미경, PD 나영석 등 직원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유명 인사를 초청해 여는 리더십 강연회에서도 이 같은 문화는 확인된다. 구성원 모두에게 기회를 주거나 일괄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티몬은 강연장 좌석만큼 참여 인원을 제한해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면 강연을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셈이다.
신 대표는 “중소기업이 기존 틀을 넘어 도약하려면 아이디어 혁신이 필수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은 구성원 각자에게서 나온다”며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미국 방송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처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선도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