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시각] 최순실 특별법, 건투를 빈다

맹준호 정치부 차장

맹준호 정치부 차장맹준호 정치부 차장




다른 사람의 권세를 이용해 남에게 돈을 걷는 것은 최순실씨 일가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사업 모델이다.


최순실씨의 부친 최태민씨는 가난한 종교인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1975년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뒤 구국선교단이라는 단체를 창립한다. 이 단체는 이듬해 구국봉사단으로, 1978년에는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 기구가 바로 박 대통령 퍼스트레이디 경력의 핵심 기구다.

이때 최태민씨가 뒤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종교 문제 연구가인 탁명환(1937∼1994)씨가 쓴 원고(월간 현대종교·1988년)에 나와 있다.

“그는 재벌급 기업인들에게 전화 다이알을 돌리는 것이 일과였다. 검은 안경을 끼고서 오만하게 앉아 전화질을 하면서 꼭 근혜양을 팔았다. 영애께서 필요로 하는 일이다. 협조 부탁한다고 하면 재벌들은 모두 꺼벅 죽는시늉까지 했다. 최씨는 그 돈을 챙겨 아현동 고개에 있는 서울신학대학 건물(당시 9억원 상당)을 매입했다.”

요즘 매일 터져 나오는 최순실씨 비리와 구조가 똑같다. 최순실이 최태민의 영적 후계자인지는 몰라도 사업 후계자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최순실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 봉사단 같은 단체가 아닌 재단을 세우기로 한다. 명분은 문화융성과 스포츠 발전이다. 이 중 문화융성은 창조경제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양대 핵심 정책 기조다. 스포츠 역시 한국에서는 아직 기업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는 인식이 강하다. 곧 있으면 평창 동계올림픽도 열린다. 이처럼 대기업 돈 걷기에 좋은 테마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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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은 군사독재와 함께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다. 독재자는 재벌로부터 상납을 받고 각종 이권과 인허가,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등을 선물로 줬다. 그러다 보니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제구조는 왜곡됐고 특정 기업 집단에 경제력이 집중됐다. 지금의 극심한 양극화 같은 경제적 모순도 기원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불공정 경쟁이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민주화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 최근에는 청탁방지법까지 나와 직무 연관성이 있는 사람과는 식사조차 함께하기 어려운 시절이 됐다. 공정사회가 완성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난해 박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난 대기업 총수들이 곧 검찰에 불려 나갈 것이라는 뉴스를 보면 공정사회는커녕 세상은 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최태민 일가가 지난 40년간 모은 재산은 3,000억원대라고 한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은 최순실씨의 재산이 수백억 원대이고 이 중 상당 부분은 박근혜 후보의 차명재산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금 와 보니 당시 이 후보 캠프도 최순실씨의 재산을 다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일가의 재산이 ‘조 단위’라고도 한다.

여야 의원들이 최순실 일가의 불법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건투를 빈다.

/맹준호 정치부 차장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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