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최순실 게이트' 기업수사 확대] "회장님 또 불려갈까" 재계 당혹

출연금 뇌물·배임죄 적용땐

총수·관계자 처벌 가능성

기업들 수사방향 예의주시

한화 일부 계열사 긴급회의

자료폐기 지시설에 "오보"





검찰이 8일 오전6시4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압수수색을 단행한 서울시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은 하루 종일 수십명의 취재진으로 붐볐다. 서초사옥을 찾은 삼성의 해외 고객사 관계자들은 이런 풍경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삼성 임직원들에게 무슨 일인가 묻기도 했다. 이날 오후 압수수색을 지켜보던 한화그룹 일부 계열사는 긴급회의를 열고 자료를 폐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명백한 오보”라면서도 “조심스럽게 검찰의 수사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기업들을 본격 조준하면서 이처럼 기업들을 둘러싼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실상 ‘최순실씨의 사금고’라는 혐의를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두 합쳐 773억원을 출연한 상태다. 검찰에서 기업들이 대가성으로 자금을 댔다는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총수나 관계자에 대한 처벌이 현실화할 수 있다. 또 뇌물로 공여될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횡령·배임죄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

기업들은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재단 출연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단 지원금 출연 대가로 특혜성 법안 처리나 총수의 사면, 수사 회피 등을 약속받았다면 ‘제3자 뇌물공여죄’나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전자 등 6개 계열사가 204억원을 출연한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정부의 협조를 구하려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특별 사면과 시내 면세점 사업권 확보를 위해 돈을 댔다는 지적이 나온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특별 사면이 대가였다는 주장도 많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각각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인가가 났으며 기업들의 출연 시기는 그 전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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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미 “최씨에 대해 뇌물죄 적용 여부를 안 보겠다 한 적 없다”며 “법리를 고민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 총수들의 검찰 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 이후 대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만나 미르·K스포츠재단에 투자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박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대화 내용을 확보해 뇌물죄가 성립될 정황을 찾아내면 기업 총수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커진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이 올해 2월 말~3월 초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독대해 재단 지원금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롯데는 지난 6월부터 총수 일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롯데는 이에 대해 “신 회장은 2월 말~3월 초 해외 출장 중이었다”며 “박 대통령을 면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불경기 여파로 실적도 좋지 못한 상황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라는 의혹까지 덮치며 더욱 당혹해하고 있다. 연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내년 사업계획 구상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계열사 여러 곳이 총 수십억원을 출연한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의 재무 부서는 아예 업무에 손 놓고 숨죽인 채 검찰 수사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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