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당선]기성정치에 숨은 분노 폭발 '대이변'...美, 갈등·분열로 가나

낙후된 중서부 '화난 백인노동자' 막판 대결집

여론조사선 안드러난 反이민주의자들도 가세

선거 직전까지 1~6%P 밀리다 뚜껑 여니 반전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사회에 내재했던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8일(현지시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대이변’을 낳았다.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기성 정치와 백인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키운 ‘분노의 정치’가 4개월여 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에 이어 미국 대선까지 집어삼키면서 미국 사회에 분열과 혼돈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트럼프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지지율 1%에 불과했던 그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기존 엘리트 정치에 대한 독설과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감, 미국 제일주의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극단주의자 트럼프는 2016 대선의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는 정치권과 언론의 예측을 비웃듯이 지난 7월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된 데 이어 이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트럼프 승리의 원동력은 미국 사회의 수면 밑에서 끓어오르던 ‘숨은 분노’다. 트럼프는 시종일관 기존 엘리트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과 미국인의 잃어버린 자부심, 이민자들에게 빼앗긴 일자리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며 ‘화난 백인(angry white man)’의 표심을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4개월여 전 브렉시트 결과를 초래했던 ‘반체제적 분노(anti-establishment anger)’가 공화당이나 민주당 주류 정치에 신물이 난 미국인들로 하여금 최초의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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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1~6%포인트 차이로 클린턴에게 밀렸지만 미국 사회의 어두운 민심은 선거 당일에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e메일 스캔들 재수사 파동으로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과 ‘러스트 벨트(낙후된 중서부 제조업 지대)’에서 소외감에 시달려 온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이 ‘안정’을 상징하는 클린턴 대신 트럼프로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8일 CNN방송의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의 38%는 대통령 선택의 기준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여부를 중시했다고 밝혔다. 클린턴의 강점으로 꼽히는 ‘풍부한 경험’과 ‘판단력’은 각각 22%에 그쳤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미국의 반(反)이민 정서가 표출되는 일명 ‘브래들리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면서 미국 사회의 분열을 촉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래들리 현상은 인종주의적 시각을 금기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유색인종에 지지 의사를 보였던 백인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에서는 백인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이다. ‘멕시코 국경 장벽’과 여성 비하 등 노골적인 차별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던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그동안 숨겨졌던 미국의 반이민·남성우월 정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미국에 새로운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열 것으로 우려된다. 저소득·저학력 백인들로 대표되는 트럼프 지지층과 트럼프가 배제하는 기득권층·유색인종 등의 갈등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되면서 미국 정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자극한 분노의 표출이 미국 정치에 깊은 흔적을 남기면서 향후 미국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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