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내일은 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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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 전쟁 당시 남부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인생 역정을 담은 1936년의 베스트셀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러나 이 제목은 원작가인 마가렛 미첼이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마가렛은 소설의 마지막 문장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Afterall tomorrow is another day)’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출판사의 반대로 뜻이 꺾였다. 대신 불타는 노을을 바라보며 남긴 스칼릿 오하라의 마지막 독백이 영화 팬들에게 잊히지 않는 명대사로 자리 잡았다.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는 노래 ‘사노라면’은 긴 세월 어둠 속에 지내야 했다. 원래 1966년 길옥윤이 작곡하고 김문응이 작사해 쟈니 리(본명 이영길)가 ‘내일은 해가 뜬다’는 제목으로 불렀지만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라는 대목이 정부의 눈 밖에 나 수십년간 금지곡의 멍에를 썼다. 그럼에도 이제는 모든 역경을 딛고 국민가요의 대열에 당당히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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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고 지칠 때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단어가 있다. ‘희망’이다. 지금 아무리 괴롭고 아파도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버틸 수 있다. 소설가 한창훈이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배는 전복되거나 떠밀린다… 그러니 가야 한다, 울어도 가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영화의 여주인공이나 금지곡을 부른 가수가 태양이 다시 떠오르기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암울한 군사 정권 시절 국회의원에서 제명당하면서도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명언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대선 결과에 대해 “그래도 내일은 해가 뜬다”고 강조했다. 선거 기간 분열된 여론을 단합하자는 호소도 있겠지만 지금은 힘들어도 견뎌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을 터다. 참담한 시간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피부에 와 닿는 말도 없는 듯하다. 적어도 내일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 어떤 시련도 견디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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