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66) 회장이 11일 검거되면서 엘시티 비리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회삿돈을 가로채 정관계와 법조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 8월부터 석 달 넘게 잠적했다가 이날 새벽 자수하는 형식으로 서울에서 체포된 뒤 부산지검으로 압송됐다.
검찰은 엘시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5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잡고 비자금 조성과 금품 로비 여부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올해 3월부터 엘시티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용역회사 등에 대한 내사와 부산시청·부산도시공사·해운대구청·해운대구의회 등 사업 인허가 관련 공공기관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쳐 비자금 조성 의혹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은 도시계획을 엘시티 사업에 유리하게 변경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거나 교통영향평가 부실 등으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사업 부지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한 부산도시공사와 1조7,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해준 부산은행, 시공사인 포스코건설도 검찰 수사를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00억 이상 비자금 조성 혐의
도시계획 변경·환경평가 등 특혜
前·現 의원·법조계 수사 불가피
부산은행·포스코건설도 선상에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부산 지역 전·현직 국회의원과 법조계 인사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은 부산에서 정관계 인맥을 토대로 각종 로비에 뛰어난 인사로 알려졌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부산판 수서 사건’으로 불리는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 의혹 사건에서도 부산시 최고위층과 정치권 인사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이씨는 횡령 등 일부 혐의만 인정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 회장의 자수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회장 측근들은 가족과 지인들의 설득과 엘시티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과의 물밑 작업을 마무리하고 자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이 회장이 검찰과 시도한 빅딜이 성사되지 않아 포기했다는 추측도 있다.
사업비만 3조원에 이르는 엘시티 개발사업은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앞 6만5,934㎡ 부지에 101층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85층 주거타워 2개 동을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로 지난해 10월 포스코가 착공했다. 완공 시기는 2019년 11월 말로 잡혀 있다.
앞서 검찰은 8월 금융기관을 속이고 300억원대의 PF 자금을 빼돌리는 등 총 5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엘시티 시행사 자금담당 임원 B씨를 구속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