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1조원 항공기 펀드에 대해 업계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항공기 투자의 변방 취급을 받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에게 초대형 딜이지만 리스크 관리가 부족하다는 우려다.
메리츠종금증권은 1조원의 항공기 펀드를 일본 미즈호증권과 함께 다음달 초 설정할 예정이다. GE캐피탈에이비에션서비스가 소유한 20대의 항공기를 일괄 매입해 항공사에 빌려주고 임대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투자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당초 펀드 참여를 추진한 국민연금과 미래에셋은 투자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 측은 국민연금의 내부 사정과 미래에셋대우(006800)의 합병 이슈로 공동 펀드 추진이 어려울 뿐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분산 판매하면 펀드 설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국민연금과 미래에셋대우 등의 대형 투자자가 빠지면서 공제회와 연기금 등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입장을 보이며 투자에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펀드의 가장 큰 투자 리스크는 일부 항공기의 연식이 지나치게 오래돼 펀드 설정 후 자산가치가 급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매입하는 20여대의 항공기 가운데 에어버스사의 A320-200 항공기의 경우 지난 2003년에 만들어져 현재 가치가 1,700만달러에 불과하고 펀드 만기 시점에는 사실상 폐기해야 하는 기종으로 꼽힌다. 2010년 제조된 보잉사의 B777-300ER 기종은 현재 1억4,300만달러로 최고 수준의 가치를 지녔지만 오는 2025년 777X의 신형 모델이 도입되면 자산가치가 급강하할 것이라는 평가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GECAS가 20대의 항공기에 자산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항공기를 ‘끼워팔기’식으로 팔았다”고 지적했다. 선순위 투자금에 대한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의 대체투자팀 관계자는 “항공기를 임대해 쓰는 항공사에 자본잠식이 진행된 이집트항공과 에어베를린·고에어 등도 포함됐다”며 “항공사의 경영이 악화할 경우 선순위도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항공과 에어베를린·고에어는 각각 713%, 277%, 754%로 자본잠식 상태다. 항공기를 매각하는 GECAS의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지난해 부동산 전문가가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후 항공기 리스 사업 부문을 축소하며 보유 항공기 매각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 메리츠종금 측은 “포트폴리오 투자라는 점에서 개별 항공기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어 개별 항공기 투자보다 안정성을 더 높였다”며 “자본잠식 상태의 항공사라도 정부 지분이 있는 사실상 국영 항공사라는 점에서 부도 위험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종금은 국민연금의 투자 철회 탓에 공제회·연기금의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험사와 캐피털사 등에 판매를 집중해 완판을 자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