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가장 비상이 걸린 업종은 철강이다. 단순히 통상 장벽이 공고해져 대미(對美)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뿐만 아니라 영향이 다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수입산 철강재에 날을 세워온 미국 철강 업체 누코(Nucor) 출신의 댄 디미코 전 회장이 트럼프 정부에서 통상 정책을 담당하는 상무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점은 국내 철강 업체에 큰 부담이다.
13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포스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예상 경제 정책과 이에 따라 국내 철강 산업이 받을 수 있는 영향을 분석해 그룹 수뇌부에 보고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트럼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철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같은 대선 캠페인 기간에 내뱉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그대로 실현될지 미지수”라면서도 “어찌 됐든 통상 장벽이 높아진다는 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 업계는 지난해 총 395만톤의 철강재를 미국에 수출했다.
전체 철강 수출의 12%를 차지하는 중요한 단일 시장이다. 미국이 저가 철강재 물량 공세를 퍼붓는 중국을 타깃으로 고율의 관세를 메길 경우 우리나라 철강재도 ‘도매급’으로 묶여 관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단순히 미국 수출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에 구축된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강판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멕시코에 가공센터 등을 구축해놓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공약대로 미 정부가 멕시코산(産) 제품에 35%의 관세를 메기면 현지 생산하는 철강재의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여기에 미국 보호무역주의 불똥이 제3국으로 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철강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철강재가 동남아시아 등 여타 국가로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한다면 우리나라 업체들은 제3국에서 중국 철강재와의 출혈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트럼프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기대할 만하다. 김민균 서강대 교수는 “미국 철강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