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플랫폼을 활용하면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을 최대 7년가량 단축할 수 있습니다.”
신약개발 업체인 지피씨알의 신동승(사진) 대표는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소에서 인터뷰를 갖고 지피씨알이 보유한 맞춤형 항암제 개발 플랫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신약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이유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이라는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신약 재창출은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 단계에서 상업화에 실패한 약물을 활용해 새로운 적응증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신약 재창출에 활용되는 약물은 임상 1상을 거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2상에 바로 돌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지피씨알 측의 설명이다. 신약후보물질 발견에서 임상 1상까지 평균 7년 가까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간만큼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고혈압 및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발기부전치료제로 더 잘 알려진 비아그라, 해열진통제이지만 심장병 예방에 활용되는 아스피린, 경구용 고혈압치료제이지만 탈모치료약으로 활용되는 미녹시딜 등이 신약 재창출의 대표적 사례다. 신약 재창출에 활용되는 후보물질을 개발한 업체와의 특허 문제는 로열티 계약을 통해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지피씨알 측의 계획이다.
신 대표는 “내년에 맞춤항암신약 관련 물질을 임상 2상에 돌입해 2상 완료 후 바로 시판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며 “G단백질 연결 수용체인 GPCR를 활용한 신약 재창출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6개월마다 임상 2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열티 계약으로 수익은 공유
내년 맞춤항암물질 2상 돌입
블록버스터 신약 도전할 것
LG생명과학(옛 LG화학) 연구원 출신인 신 대표는 바이오 벤처 기업인 뉴젝스 대표 등으로 일했으며 지난 2009년부터 허원기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GPCR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신 대표와 허 교수는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형성되는 ‘GPCR-이형중합체(heterodimer)’와 관련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맞춤 항암제와 동반진단제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3년 11월 회사를 창립했다.
지난해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LG그룹 등이 조성한 ‘충북창조경제바이오펀드’ 1호 투자기업으로 선정돼 주목받았고 올 들어서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인터베스트 등 6개 벤처캐피털사로부터 105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9월에는 한 대형 병원의 난치암사업단과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연구기관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15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으며 절반가량이 박사급으로 연구에 집중하는 인력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신 대표는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그 자금을 종잣돈으로 해서 신약개발에도 도전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연 매출 1조원 이상인 ‘블록버스터 신약’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