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방한 장비’로 취급됐던 두툼한 다운 점퍼가 올겨울에는 보온성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업체들의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으로 다운 점퍼의 기능성이 이미 높은 수준으로 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업체들의 기술력 마케팅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운 점퍼에 집약된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광고하던 아웃도어·스포츠 업계는 올해 출근길 정장 위에 겹쳐 입거나 캐주얼로 입어도 손색없는 다채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톱스타 모델을 기용해 해외에서 패션 화보를 찍는 등 다운 점퍼를 패션으로 승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올해는 두툼하기만 한 헤비 다운 대신 여성들을 위해 허리 라인을 살린 다운 점퍼, 허리길이가 짧은 숏 다운 또는 종아리까지 오는 긴 기장의 다운 점퍼 등 패션성을 강조한 제품들이 신제품 매대를 점령했다.
특히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겨울철 스포츠 액티비티의 전후 웜업을 위해 입는 긴 길이의 ‘벤치 코트’도 올겨울 패션업계를 휩쓸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긴 기장 다운재킷인 ‘튜브 롱’을 출시했다. 겉감과 안감을 동시에 제직하는 방식의 튜브 소재를 사용한 다운 재킷으로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코오롱스포츠의 프리미엄 패딩 라인 안타티카에서도 ‘안타티카 롱’ 제품을 내놨다. 길이가 길지만, 밑단 옆선에 트임을 줘 착용감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스포츠 브랜드 헤드는 벤치 코트 컬렉션을 출시했고 뉴발란스는 프로다운이라는 이름으로 롱패딩을 출시했다. K2 역시 무릎 밑까지 오는 긴 길이의 ‘포디엄 롱 다운’을 출시했다. 방풍성이 뛰어난 나일론 소재를 적용해 냉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가벼우면서도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휠라는 여성들을 위한 ‘플렉스 무브 프리미엄 롱 다운재킷’을 출시했다. 여성을 위한 제품인 만큼 슬림핏에 프리미엄 실버 폭스털을 포인트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긴 길이를 고려해 자석 스냅을 사용했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추운 겨울, 운동하기 위해 길을 나설 때보다 더 귀찮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때 안에 요가복이나 스포츠웨어를 입고 롱 다운을 매치하면 간단하게 스포츠 룩을 연출하면 스타일도 살리면서도 실용적”이라고 롱 다운의 장점을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짧은 기장의 항공점퍼 스타일의 유행에 맞춰 ‘숏 다운 점퍼’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K2는 스마트 신소재와 구스 다운 충전재를 사용해 겨울에도 눈, 비 걱정 없이 따듯하게 착용할 수 있는 다운 점퍼 ‘고스트’ 시리즈를 출시했다. 봄버형 디자인의 ‘고스트 브라보’는 숏과 하프 두 가지 기장으로 허리선과 손목을 시보리 처리해 외부의 찬 공기 유입을 차단한다. 각 포켓에 탈부착 가능한 고리를 달아 디자인 포인트를 준 것도 특징이다. 후드 안쪽에 자외선 차단율 99%의 고글을 덧대 눈을 보호할 뿐 아니라 독특함도 더했다.
전체적인 색상은 일상복에 매치하기 쉬운 단색이 대부분이다. 특히 과거 야외 활동 시 ‘때가 잘 탄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흰색 다운 점퍼도 올겨울 패션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흰색 다운 점퍼는 얼굴이 화사해 보이는 일종의 ‘화이트닝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흰색 다운 점퍼가 ‘반사판 패딩’, ‘화이트닝 패딩’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각 업체들이 패션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주력으로 출시하면서 제품의 디자인과 감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기 연예인을 내세운 패션 화보를 선보이고 있다. K2는 지난 9월 ‘슬림다운 재킷’을 내세운 뉴질랜드 화보를 공개했다. 모델 현빈이 뉴질랜드 퀸스타운에서 자연과 도심을 오가며 여행하는 모습을 담아낸 것. 슬림다운 재킷은 거위털을 충전재로 사용해 부피는 줄이고 보온성은 높인 제품으로 절개선과 박음질을 없애 아웃도어 활동뿐 아니라 데일리룩, 비즈니스룩으로도 잘 어울린다. 네파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이자 패셔니스타인 모델 전지현과 함께 런던을 배경으로 한 TV광고를 방영하고 있다. 이국적인 런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톱에서 네파 스파이더 다운을 입은 전지현이 자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담았다. 센터폴의 주력 제품 인터라켄 다운 출시와 함께 공개된 ‘나다운 다운’ 영상은 100년 후의 다운 점퍼를 재치있게 묘사하면서 영상 공개 일주일 만에 200만뷰를 넘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뉴욕과 런던 등 글로벌 대도시에 거주하는 패션 피플들이 인터라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 스트리트 화보도 선보였다. 빈폴아웃도어는 모델 서강준이 지난 4일 첫 방송된 tvN의 드라마 ‘안투라지’에 출연하는 것을 활용해 드라마 속 인기 연예인인 서강준이 입는 프리미엄 다운 점퍼로 홍보하고 있다.
한편 SPA(생산·유통 일괄)브랜드와 캐주얼 브랜드들도 다양한 다운 점퍼를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고 있다. 이들 역시 과거 단순한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유행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겨울철 장수 인기 상품인 ‘울트라 라이트 다운’을 업그레이드해 베스트와 재킷, 파카 및 코트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내놨다. 이랜드리테일은 첫 번째 통합 자체제작상품으로 ‘E:구스다운’을 출시했다. 거위 솜털 80%, 깃털 20%의 비율로 충전해 보온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무게도 가벼워 활동성이 좋다.